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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곡의 세월을 견딘 간이역
1940년 4월, 중앙선의 간이역으로 문을 연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을 지켜봤으며, 한국전쟁이라는 질곡의 세월을 견뎌왔다. 청량리에서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몇 차례 지나가던 간이역은 청량리-원주 간 중앙선 복선화 사업으로 종전 노선이 변경되면서 2012년 폐역의 수순을 밟았다. 최근에는 추억의 간이역보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첫사랑이 담긴 촬영지로 세간에 알려졌다.
목조 양식의 구둔역은 역사와 광장, 철로, 승강장까지 등록문화재 296호로 지정됐다. 삐걱거리는 대합실 문을 열고 들어가 승강장에 서성거리다 철길을 걷는 동선이 모두 근대 문화를 더듬는 행위와 연결된다. 천장이 나무로 된 대합실, 사무실, 숙직실 등이 남았으며, 대합실에는 열차가 오가던 시절의 시간표와 매표소 유리창 등이 빛바랜 모습 그대로 보존되었다.
승강장으로 나가면 노목에는 나뭇잎 대신 소원지가 매달렸다. 청량리행을 알리는 이정표도 햇살을 머금고 철로 변을 지킨다. 멈춰 선 기관차와 객차 역시 철로 한편에서 겨울 역의 아련한 정취를 더한다.
◇아홉개의 진지가 있어 ‘구둔’
구둔역이 있는 구둔마을은 예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다. 임진왜란 때 한양으로 넘어서는 언덕길에 진지 아홉 개가 있어 ‘구둔(九屯)’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을 주민에 따르면 구둔역은 전란 때마다 격전지였으며, 마을이 폐허가 된 한국전쟁 당시 허물어지지 않고 남았다고 한다.
양평장이 서는 날이면 북적거리던 구둔역 일대는 이제 한적한 시골 풍경으로 남았다. 주말에 번잡해지는 용문산관광지와 달리 용문을 거쳐 구둔까지 들어서는 길목은 저수지와 고갯마루의 한적한 도로가 이어진다. 기차를 이용하면 구둔역의 배턴을 이어받은 일신역에서 내려 15분 정도 걷는다. 마을 풍경을 감상하며 역까지 한적하게 다가설 수 있다.
기관차 엔진은 식었지만 구둔역은 올해 말부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구둔마을 주민들이 올가을 구둔역 단장을 마쳤다. 역사 옆에는 빨간 벽돌과 나무 한 그루가 어우러진 ‘고백의 정원’을 조성,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할 장소를 마련했다. 열차 옆 공간에 있는 새끼 돼지와 토끼는 역 앞을 서성이던 견공 몽구와 함께 아이들의 사랑을 고대한다. 사무실은 카페로 꾸미고, 고구마피자와 빵 만들기 체험장도 문을 연다. 승강장 옆에는 군불을 쬐며 추위를 다스릴 모닥불 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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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구둔역에서 벗어나 용문 방향으로 가면 용문사, 친환경농업박물관 등이 자리한 용문산관광지다. 천년 고찰 용문사까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 코스가 좋고, 주말에는 등산객이 뒤엉켜 다소 붐빈다. 용문사 경내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는 수령과 높이가 국내 최대다. 용문산관광지는 주차료 3000원에 입장료(어른) 2500원이며, 관광지에 입장할 때는 현금 이용만 가능하다.
한적한 숲 속 산책을 원한다면 쉬자파크로 발길을 옮긴다. 백운봉 자락에 위치한 공간으로 휴식과 문화, 예술이 어우러졌다. 관찰데크와 잔디광장, 초가원, 솔쉼터 등이 있으며, 산책로 중간에 만나는 의자는 예술미가 돋보인다. 허브정원과 다양한 조각상이 볼 만한 남한강 변의 들꽃수목원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야간 개장해 운치를 더한다.
다채로운 먹거리도 발걸음을 들뜨게 만든다. 들꽃수목원 건너편의 ‘옥천냉면’은 평양냉면 족보에 이름을 올린 맛집 중 한 곳으로, 담백한 국물에 면발이 특색 있다. 용문산 초입에는 들깨, 곤드레나물 등으로 힐링 푸드를 내는 식당이 여럿 있다. 곤드레나물밥 한 그릇이면 추운 몸을 녹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양평 여행의 마무리는 단연코 두물머리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는 ‘만남’의 사연까지 더해져 연인들의 야외 데이트 성지로 자리 잡았다. 산책로와 카페촌이 조성되어 주말이면 강변 조명 아래 은은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나들이의 시작은 구둔역에서, 마무리는 해 질 무렵 두물머리가 안성맞춤이다.
◇여행메모
△여행코스=(당일)구둔역→용문사→쉬자파크→들꽃수목원→두물머리/〈1박 2일 여행 코스, (1박2일)구둔역→쉬자파크→용문사→친환경농업박물관→중미산자연휴양림→(숙박)→들꽃수목원→양평레일바이크→두물머리
△가는길= (자가용)팔당대교→국도6호선→양평읍→용문읍→345번 지방도 지평 방면→구둔역, (기차) 청량리역-일신역, 무궁화호 하루 3회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