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용산 대통령실의 공기는 무겁다 못해 다소 침울한 분위기였습니다. 경남 출신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씨와 김건희 여사와의 카카오톡 대화록 공개, 소위 김 여사의 라인으로 지목된 한남동 7인회 논란, 검찰의 김 여사 주가조작 사건 무혐의 처분, 한동훈 국민의 대표의 대통령실 인적 쇄신 압박 등 매일 같이 쏟아지는 이슈가 대통령실을 관통했기 때문입니다. 바람 잘 날이 하루도 없을 정도로 김 여사와 관련한 의혹이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 들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동남아 3개국 순방 및 아세안 정상회의 성과나 제주 민생토론회 행보를 비롯해 공매도 재개 예고, 금융투자소득세 논의, 의료 개혁 이슈 등 굵직한 정책 이슈은 뒷 편으로 쏙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명태균발(發) 태풍의 정점은 지난 15일 명 씨가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였습니다.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공천이나 인사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명 씨가 김 여사와의 대화를 증거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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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즉각 “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이며, 카톡에 등장한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라고 입장을 냈습니다. ‘오빠’가 누군지는 당장 차치하더라도 김 여사와 명 씨가 나눈 대화가 사실이라는 점은 확인시켜 준 셈입니다. 이에 대해 명 씨는 대화에 등장하는 오빠를 두고 오락가락한 해명을 내놓아 현재까지도 해석은 분분한 상황입니다.
대통령실은 난처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현 참모들은 정부 출범 초반에는 대통령실에 몸 담고 있지 않았고, 명 씨가 주장하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의 영향력에 대해선 아무런 정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명 씨가 대선 이후에도 각종 선거에서 공천 과정에 개입하거나 그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 후폭풍은 가히 핵폭탄급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선 과정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명 씨가 그 중 한명일 수는 있지만 오래 지속된 관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기 전과가 있는 인물이 과장하거나 본인 과시용으로 떠드는 얘기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당정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도 관심입니다. 윤·한 갈등의 우려가 불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대표는 지난 17일 김 여사와 관련해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 협조 등 세 가지 사항을 실천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당장 21일 진행될 예정인 면담 자리에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 라인 정리 등 대통령실 인적 쇄신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대표는 당초 윤 대통령과 독대를 줄기차게 요청했지만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배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회동에서 어떤 결론을 낼지에 따라 앞으로 당정관계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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