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양극재를 둘러싼 글로벌 배터리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폐배터리에서 고가 원료들을 추출하려는 재활용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배터리 원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극재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재활용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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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15억달러(한화 약 1조8000억원)였던 글로벌 리튬이온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5년 122억달러(14조6000억원가량)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5년간 8배 성장이 기대된다. 2030년엔 181억달러(21조5000억여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재활용은 폐배터리에 화학적 변화를 통해 양극재에 들어가는 니켈, 코발트 등의 원료를 추출, 이를 통해 새 배터리를 만드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선 니켈·코발트·망간(NCM)을 원료로 한 양극재를 주로 쓴다. 양극재는 배터리 소재 중 가장 원가 비중이 높은 만큼 업체들은 안정적인 원료 수급을 위해 다양한 수단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최근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에 국내외 업체들이 적극 달려드는 이유다.
이미 글로벌 기업은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발빠르게 뛰어들고 있다. 독일 화학업체 바스프는 연초 러시아 니켈생산업체, 핀란드 에너지업체 등과 핀란드에 배터리 재활용 센터를 건립키로 했다. 거대 배터리 수요 시장인 중국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중국 석유화학업체 시노켐은 자회사를 통해 독일 BMW와 배터리 재활용 협력을 확대하고 있고, 현지 통신인프라업체 중국철탑도 자동차업체들과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주 정부 차원에서 배터리 재활용 관련 법을 제정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물밑에서 적극 움직이고 있다.
LG화학(051910)은 벨기에 양극재 업체 유미코어와 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 장기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유미코어는 올해부터 LG화학에 총 12만5000t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양극재 공급업체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기술개발에 나서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LG화학은 2018년 호주 폐배터리처리업체 인바이로스트림과도 배터리 재활용 관련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 인바이로스트림과 지속적으로 재활용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자체적으로 배터리 재활용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초로 양극재 원료 중 하나인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의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양극재 원료를 고순도로 회수할 수 있는 만큼 부가가치를 대폭 올릴 수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 시점은 명확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완성차 업체들과의 배터리 재활용 협력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2~3년 후면 폐배터리가 쏟아질 시기인 만큼 화학·배터리 업체들의 재활용 기술개발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쉽게 확보하기 어려운 양극재 원료들을 얼마나 더 안정적이고 손실 없이 회수하느냐에 재활용 기술개발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