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을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완벽한 논리로 설명한 경제 이론과 전망이 현실에서는 예상을 벗어나기 일쑤라 학자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말인 듯하다. 특히 시중은행에서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며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경제 전망을 날마다 내놓아야 하는 필자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에겐 몸에 와 닿는 얘기다.
연초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세계 경제가 선진국과 개도국이 동반성장을 하며 작년보다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나 미·중 무역 갈등과 같은 우려 속에도 미국, 유럽연합(EU)의 견고한 성장과 아시아 개도국의 성장이 세계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재정문제, 아르헨티나 외환위기와 터키 사태 등 예상 못했던 변수들이 등장해 당초 전망을 빗나가게 하고 있다.
경제 정책은 자연과학과는 다르게 실험이 불가능하다. 모델을 만들어 결과를 예견해 보려 하지만 현실의 복잡함을 반영하기 어려워 결과는 늘 의도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도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해 빈부의 격차를 해소하고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고 있는 것 같다.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하던 고용은 10만명 이하로 떨어지고 최저임금을 통해 보호하고자 했던 1분위 소득수준은 지난해보다 더 떨어졌으니 말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영국에서는 성공한 경제정책인데 왜 한국에서는 올해 경제둔화의 원인으로 뽑히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속도의 문제다. 영국은 장기계획을 세우고 지난 10년 동안 최저임금을 매년 약 3%씩 서서히 올린 반면 한국은 급작스레 16.4%를 올렸다. 여기에 올해 다들 좋으리라 내다봤던 세계 경제가 미·중 무역 갈등으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중소기업을 위협한 것도 원인일 수 있다.
이번 정권은 소득주도 성장을 정책기조로 삼고 이를 실현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라 여기는 것 같다. 올해 경제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0.3%포인트 하락하고 실업률이 예전보다 0.2%포인트 상승하는 환경에서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우리 국민도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보다는 장기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고 좀 더 공정한 경제의 틀이 마련되기를 응원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이 올해보다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더 큰 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의 실질적인 피해가 가시화될 수 있고 미국의 재정정책 효과가 끝나면 하반기부터 미국 경제도 하락세에 접어들며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부디 내년에는 경제전문가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좋은 일들이 일어나 ‘2019년 경제전망’이 왜 틀렸는지 또다시 설명해야만 하는 고통스런 연말이 다가와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