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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는 “같은 건물에서 7년째 살고 있지만 소화기에 대한 설명이나 완강기 사용법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며 “각 층 구석에 있는 소화기는 먼지가 수북히 쌓여 있는 꼴을 보니 실제로 사용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 41%에 불과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원룸에 거주하는 1인 가구들도 화재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들은 “고시원보다야 사정이 낫겠지만 원룸 역시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 10월 20일 경남 김해의 한 원룸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는 등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앞서 올해 4월에는 경기 오산의 원룸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17명이 다쳤다.
대학생 권모(25)씨는 “건물을 옮겨 다니며 자취를 해왔는데 소화기는 아예 없거나 있어도 층마다 맨 구석에 있어 빨래 건조대나 입주자의 짐으로 가려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등록은 고시원, 실제는 원룸…불법개조도
건물주들이 고시원을 불법개조한 뒤 원룸으로 임대놓는 이유는 싼값에 시설을 확보한 뒤 임대료를 올려받기 위해서다. 고시원은 외벽에 불연성 재질을 써야 하는 의무가 없고 원룸과 비교해 확보해야 하는 주차공간 기준도 낮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한 원룸에 사는 정모(24)씨는 “내가 사는 건물이 고시원으로 등록한 불법개조 원룸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며 “세입자 입장에선 잘 알지 못하고 가격이 싼 곳을 찾다보니 불법개조인 줄도 모르고 계약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법개조 원룸 외에도 정식 원룸으로 등록은 했지만 그 안에서도 이른바 ‘방 쪼개기’를 한 경우도 있다”며 “변형된 형태의 원룸들은 고시원과 마찬가지로 거주 인원이 많아 화재 발생 시 인지나 대피가 어려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