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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법원의 전신인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1999년 3월 설치됐다. IMF 외환위기로 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지던 시기다. 정부에 20억 달러의 구조조정차관을 제공한 세계은행(IBRD)이 파산법원 설치 요구한데 따른 것이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당시 초기 파산수석부장을 맡아 파산 재판의 기초를 닦았다.
IMF 사태와 신용카드 대란을 겪으며 기업뿐 아니라 개인회생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자 2004년 개인채무자회생법이 통과됐다. 파산부의 역할이 기업을 넘어 개인 회생까지 확대됐다. 파산부 업무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법원 안팎에선 독립된 회생사건 전문법원 설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
회생사건의 특성상 전문적인 연구, 외부기관과의 협력 등이 필요한데 중앙지법 소속이라는 제약 때문에 이를 수행하는 데 한계를 보인 탓이다.
2016년 12월 국회에서 회생법원 설치를 위한 법안이 통과되며 중앙지법 파산부는 설치 18년 만에 전문법원인 서울회생법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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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채권자들간의 이해가 엇갈려 제도가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회생법원은 채무자들이 채권의 50% 이상에 대한 동의를 받을 경우 채무자도 이를 신청할 수 있게 규정을 완화했다.
아울러 회생절차 개시 전 인수자를 내정하고 이후 경쟁 인수자를 찾는 방식인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Bid) 매각 방식을 활용해 삼표시멘트 주식을 매각했다.
회생법원은 또 중소기업 맞춤형 회생절차 프로그램인 S-트랙(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 tailored rehabilitation Track)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재기의 장을 마련해줬다. 경영권 상실에 대한 우려로 회생절차가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ERP(경영권 보호 지분보유조항, Equity Retention Plan)도 도입했다.
지난해 11월 국회가 개인회생 변제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채무자회생·파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혼란 방지를 위해 사실상 법 시행 이전부터 이를 소급 적용하는 등 회생제도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이경춘 회생법원장은 “개인회생이나 개인회생을 거치지 않고 있는 한계상황의 채무자들이 15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며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도산제도는 이들을 위험한 상황에서 빼내 줄 수 있는 일종의 공적인 구제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삶의 나락으로 빠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음지에서 고생만 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도 불안요인이 된다”며 “이분들이 회생을 거쳐 삶의 새 용기를 얻어 발 뻗고 자게 된다면 사회적으로도 더 건전하게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회생법원엔 이 법원장을 비롯해 총 34명의 판사가 근무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당시보다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개원 후 지금까지 △법인회생 321건 △일반회생 232건 △개인회생 1만5299건 △법인파산 349건 △개인파산 9943건 △개인면책 9868건이 접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