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에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서울 집값과 달리 지방 주택시장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동안 지방 주택시장을 이끌던 세종·부산시 등 선도지역까지 집값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값은 8·2 부동산 대책 이후 지난 8월 말부터 매주 하락과 보합세를 오가다 지난 10월 둘째주부터 6주 연속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하락폭도 커지고 있다. 11월 셋째주에는 지방 아파트값이 한 주간 0.05% 떨어지며 2012년 8월 이후 276주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특히 올 들어 서울을 뛰어넘는 집값 상승세를 이어왔던 세종시마저도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10월 말 32주만에 하락 전환한 세종시 아파트값은 지난주(11월 20일 기준)에도 0.01% 내렸다. 세종시 아파트값은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만도 4.56% 오르며 서울(3.12%)뿐 아니라 강남4구(3.74%)의 상승폭도 뛰어넘었다. 그러나 지난 8·2 대책으로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트리플 규제’ 지역(청약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묶이면서 꼿꼿했던 세종 집값마저도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부산 주택시장도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다. 아파트값은 지난 한주 0.03% 떨어지며 9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부산에서는 재건축·재개발로 공급되는 새 아파트들이 연일 최고 청약경쟁률을 갱신하며 기존 아파트값까지 밀어올리는 장세가 지속됐다. 실제 지난 한해 부산 아파트값 상승폭(4.72%)은 서울(3.53%)을 웃돌았고 지난 9월까지만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등 부동산 규제 영향을 받으면서 2013년 이후 4년여만에 집값이 꺾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지방에서는 모두 20만 9304가구(예정 포함)가 입주했고 내년에는 이 보다 더 늘어난 22만 1455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며 “당분간 집값 하락세는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