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접어든 지방 주택시장…세종·부산 집값도 하락

미분양 물량 쌓이는데 공급 몰려
분양권값이 분양가 못 마치기도
  • 등록 2017-11-28 오전 5:32:00

    수정 2017-11-28 오전 5:32:00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다주택자들은 기존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가량 내려 급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 대기자들은 이 보다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며 관망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세종시 도담동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에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서울 집값과 달리 지방 주택시장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동안 지방 주택시장을 이끌던 세종·부산시 등 선도지역까지 집값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값은 8·2 부동산 대책 이후 지난 8월 말부터 매주 하락과 보합세를 오가다 지난 10월 둘째주부터 6주 연속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하락폭도 커지고 있다. 11월 셋째주에는 지방 아파트값이 한 주간 0.05% 떨어지며 2012년 8월 이후 276주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특히 올 들어 서울을 뛰어넘는 집값 상승세를 이어왔던 세종시마저도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10월 말 32주만에 하락 전환한 세종시 아파트값은 지난주(11월 20일 기준)에도 0.01% 내렸다. 세종시 아파트값은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만도 4.56% 오르며 서울(3.12%)뿐 아니라 강남4구(3.74%)의 상승폭도 뛰어넘었다. 그러나 지난 8·2 대책으로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트리플 규제’ 지역(청약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묶이면서 꼿꼿했던 세종 집값마저도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세종은 연이은 부동산 대책과 금리 인상 우려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세종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9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09건)에 비해 2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부산 주택시장도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다. 아파트값은 지난 한주 0.03% 떨어지며 9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부산에서는 재건축·재개발로 공급되는 새 아파트들이 연일 최고 청약경쟁률을 갱신하며 기존 아파트값까지 밀어올리는 장세가 지속됐다. 실제 지난 한해 부산 아파트값 상승폭(4.72%)은 서울(3.53%)을 웃돌았고 지난 9월까지만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등 부동산 규제 영향을 받으면서 2013년 이후 4년여만에 집값이 꺾였다.

지방에서는 미분양 물량도 쌓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지방 미분양 주택은 모두 4만 4109가구로 지난해 말(3만 9724가구)보다 11% 이상 늘었다. 공급 물량이 몰리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는 신규 아파트 분양권 거래 가격이 분양가를 밑도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경남 창원에서는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창원 감계힐스테이트 2차’의 경우 분양권 시세가 분양가 대비 3000만원 이상 떨어졌는데도 매수자를 찾지 못한 매물이 쌓여 있다. 창원이 속한 경남 지역에서는 올해에만 3만 8455가구가 입주하며(예정 포함) 지방 가운데 가장 많은 입주물 량이 몰렸고 올해만도 2만 5000여가구가 추가로 공급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지방에서는 모두 20만 9304가구(예정 포함)가 입주했고 내년에는 이 보다 더 늘어난 22만 1455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며 “당분간 집값 하락세는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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