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줄고 경쟁자 늘고..공인중개사는 '오늘도 야근중'

서울 지역 개업 2만명 달하는데…2월 거래량은 지난해보다 25% 줄어들어
네 명 중 세 명은 한달 간 공친 셈
대출규제 강화로 주택시장 위축, 직거래 활성화로 설 자리 좁아지자
손님 받으러 밤늦게까지 불 밝혀
  • 등록 2016-03-17 오전 6:00:00

    수정 2016-03-17 오전 6:00:00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늦게 퇴근해도 어쩔 수 없죠. 집 보러 오는 사람들이 원하는 시간대에 맞춰주는 수밖에요.”(서울 마포동 H공인 관계자)

요즘 서울 곳곳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공인중개사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저녁 7시만 되면 퇴근하던 예전과는 딴판이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사무실로 출근하는 중개사들도 적지 않다. 매매 거래시장 침체와 중개사들 간의 과당 경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개업계가 마련한 자구책이다.

“한 건이라도 성사시켜야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5만 9265건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5% 정도 줄었다.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등으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된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달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는 총 4992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8538건)의 58% 수준에 그쳤다. 이달 15일 기준 거래량도 2983건으로, 전년 동월(1만 2975건)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줄어들자 공인중개사들은 울상이다. 그렇다고 시장 탓만 하며 마냥 놀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인지 한 건이라고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늦게까지 퇴근하지 않은 채 사무실을 지키는 중개사들이 최근 들어 많아졌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매매 거래는커녕 문의전화 한 통 없다”며 “작년 이맘때보다 거래가 70~80%가 줄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요즘엔 밤 9시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마포구 공덕동 H공인 관계자는 “손님 배려 차원에서 퇴근 시간이 한참을 지난 시간대에도 사무실 문을 닫지 않고 있지만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14일 저녁 9시가 다 돼 가는 시각임에도 강남구 역삼동과 대치동 일대 중개업소들은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대치동 K공인 관계자는 “가뜩이나 거래가 없는 데 조금 전 매수자가 다녀갔다”며 “같이 일하는 실장이 함께 집을 보러 갔는데 거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공인중개사 36만명… “수급 조절 필요”

일선 중개업소 사무실이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있는 데는 주택 거래 감소와 함께 공인중개사 과다 배출에 따른 과당 경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6년 동안 공인중개사들은 매년 9000명~1만 5000여명씩 배출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연도별 공인중개사 합격자 수는 △2010년 1만 5073명 △2011년 1만 2853명 △2012년 1만 1373명 △2013년 9846명 △2014년 8956명 △2015년 1만 4914명이다. 지난해 현재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는 36만명에 달한다. 이 중 개업 공인중개사는 9만명이며, 작년 4분기에 서울에서 개업한 공인중개사만 1만 9993명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직거래 등 거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중개업자들이 점차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며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부머들까지 공인중개사에 도전한다면 중개업계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외 새로 문을 여는 공인중개사무소는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D공인 관계자는 “이곳에서 현재 영업 중인 협회(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가입 중개업소만 260곳이 넘는다”며 “중개업만으로는 벌이가 시원찮아 대리운전 등 부업 전선에 뛰어드는 동료 중개사들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공인중개사 배출 인원에 대한 수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가 너무 많다”며 “적정 비율로 합격자를 추리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마땅한 대책이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작년부터 공인중개사 배출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지만 딱히 마련한 대안은 없다”며 “자격증은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에서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인중개사 시험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중개업자들이 많이 뽑힌다고 해서 인원 제한을 둘 수 없기 때문에 매년 10월 치러지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의 변별력을 높여 경쟁력 있는 인력을 뽑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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