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d WWEF]"누구나 겪는 실패..난 '관계의 힘'으로 극복했다"

WWEF 2014 '메인 연사' 아니카 소렌스탐 인터뷰
  • 등록 2014-09-23 오전 6:00:00

    수정 2014-09-29 오후 6:33:35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세상에 ‘실패’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실패라는 건 상대적인 개념이니까요.” ‘골프 여제’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한 아니카 소렌스탐(44)의 대답치고는 다소 의외였다. 골퍼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사업가로 줄곧 성공의 길만 걸어온 그녀였기에 더욱 그렇게 다가왔다.

제3회 세계여성경제포럼 2014(WWEF)에 메인 연사로 나서는 소렌스탐과의 인터뷰는 설렘 그 자체였다. 골프에 입문한 지 몇 년이 되지 않는 기자로서 소렌스탐의 스토리는 감동의 연속이었다.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더 강해질 수 있었다”는 그녀의 회상은 12살 골프에 입문 이후 30여년 간의 인생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 ‘사람과 시간’을 이어주는 그녀의 ‘관계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관계’로 극복

소렌스탐은 현역 시절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등 각종 투어에서 모두 93번에 걸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메이저대회 우승만 10번이다. 상금으로만 따져도 2200만 달러(한화 약 230억원)에 달한다. 모든 여성 골퍼의 꿈인 LPGA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다. 골프여제로 ‘박수 칠 때 떠나라’는 금언(金言)을 가장 모범적으로 실천한 그녀는 이후 사업가로 골프장설계자로 변신에 성공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녀의 페이스북에는 자상한 모습의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행복한 웃음을 짓는 사진이 거의 매일 올라온다. 누가 봐도 인생에 ‘실패’란 단어는 없을 법해 보였다.

아니카 소렌스탐이 2003년 미국 테네시 주 멤피스의 콜로니얼 컨트리클럽서 열린 대회에서 버디를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사진= 아니카 소렌스탐 페이스북 제공)
그러나 사실 소렌스탐도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2008년 은퇴 이후 사업가의 길을 걷자마자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에 시달리면서 사업을 접을 위기에 놓인 것. 소렌스탐은 “힘든 시기였지만 평소 좋은 관계를 맺은 분들이 도움을 많이 줬다”며 “돌이켜보면 그런 시련을 겪은 덕분에 나 자신이 더 강해진 것 같다”고 했다.

관계의 힘을 절실히 느꼈던 소렌스탐은 이후 더 많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힘썼다고 한다. 그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아니카 재단사업이 대표적이다. ‘관계’에 집중하자 3M과 중소기업 컨설팅회사인 ADP 등 더 많은 기업이 아니카 재단 후원사로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후원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재단이 더 발전할 수 있게 됐다”며 “열심히 노력하고 주변 환경을 고려해서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개인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좋은 관계는 저절로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실패라 했지만..오히려 성공에 도움됐다”

소렌스탐은 평소 도전을 즐긴다. 2003년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콜로니얼대회에 참가해 남자선수들과 실력을 견주기로 한 게 대표적인 예다. “당시 남자선수들과 치른 시합은 제 커리어 중 가장 기억나는 순간”이라고 스스로 회상할 정도다. 그러나 남성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누구에게는 ‘컷오프’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볼 수도 있죠. 그러나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았어요. 단지 세계 최고의 남성 선수들에게 도전해 보는 기회였을 뿐이죠. 그래서 도전을 했고 그 도전은 내 성공의 밑거름이 됐어요.”

결국 같은 해 말 소렌스탐은 100만 달러가 걸린 스킨스게임(파72)에서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7000만원)를 챙기면서 남자 프로선수들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당시 “소렌스탐이 PGA에 출전해 도대체 무엇을 증명하려는지 모르겠다”는 일부의 비난 여론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소렌스탐은 “남성들과의 대결은 제 평생 가장 심한 심적 부담을 느낀 경기였지만, 저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그 후 몇 년 동안 LPGA 투어에서 훌륭한 성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됐고, 덕분에 저 자신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게 된 기회가 됐다”고 회고했다.
아니카 소렌스탐이 지난 2007년 미국 플로리다 웨스트 팜 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날 골프클럽에서 열린 ADT 챔피언십에 출전해 멋진 샷으로 벙커를 탈출하고 있다.(사진= 아니카 소렌스탐 페이스북 제공)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평판’..헌신하고 신뢰 쌓아라”

소렌스탐은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희생’과 ‘신뢰’가 저변에 깔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평소 자신에 대한 꾸준한 평판 관리가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골퍼로서의 아니카나, 사업가로서 아니카, 엄마로서 아니카 모두 달라진 것은 없어요. (상대가 누가 되던) 그저 헌신적으로 대하고 좋은 평판을 유지하면 (좋은 관계는 저절로 이뤄지게) 되는 거죠.”

그래서일까. 기업가의 소렌스탐은 골퍼 시절보다 오히려 더 바쁜 나날을 보낸다. 스케줄이 없을 때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일부터 방과 후 활동까지를 모두 손수 챙긴다. 아니카 골프 아카데미와 아니카 재단이 세계 각국에서 진행하는 유소년 활동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10여 개에 달하는 후원 기업들이 진행하는 골프행사나 사진촬영에도 적극적이다.

비단 사업뿐만 아니라 기업강연과 골프 중계 해설에도 열정적으로 나서는 등 자신과 관계를 맺은 부분에는 어떻게든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더 나아가 사람들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육아부터 사회생활까지 모두 바쁘게 보내고 있지만 힘들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모두 다 제 일이니까요.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필드, 헬스장, 사업장 모두에서 엄청난 의지와 직업의식이 있어야 하죠.”

소렌스탐은 한국의 워킹맘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내가 모든 워킹맘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스케줄과 시간관리”라며 “모두에게 공평하게 시간이 주어지는 만큼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니카 소렌스탐(오른쪽)이 지난 2005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대회에서 우승한 뒤 워터해저드에 뛰어드는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소렌스탐의 8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다.(사진= 아니카 소렌스탐 페이스북 제공)
“야심을 가진 여성이여, 목표 세우는 연습부터 하라”

소렌스탐은 ‘성공’한 여성의 표본으로 불린다. 그래서 ‘성공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하냐’는 원초적 질문을 던져봤다. 소렌스탐의 대답은 뜻밖에 명료했다. 야심을 가진 여성이라면 분명한 ‘목표’부터 세워야 한다는 것. 그 목표를 달성하면 또 다른 목표를 세우고,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소렌스탐은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소통과 공감 능력이 더 뛰어난 만큼 스스럼없이 먼저 연락하는 것도 관계 맺음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더 많은 것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게 소렌스탐의 지론이다.

아니카 소렌스탐이 가족들과 한가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사진= 아니카 소렌스탐 페이스북 제공)
그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여성의 위상이 발전할수록 여성경영자 네트워크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라며 “저는 항상 새로운 사람과 만나 뭔가를 배우고 제가 존경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하고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다 가졌을 것’ 같은 소렌스탐도 다음 목표가 있다고 한다. 소렌스탐은 “지금 제 열정을 주변과 나누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만 다음 목표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가장 큰 희망인 스키와 요리에 빠져보고 싶다. 훌륭한 요리사가 돼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꿈도 꿔본다”고 말했다.

소렌스탐은 자신만의 관계 소통이 주변 사람에게로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 “‘성공’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노력과 집중, 시간관리, 존중, 충성심 등의 낱말들이 떠올라요. 제 주변 사람들 모두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것을 이뤄내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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