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Trend] 농업 CEO들이 만화책에 파묻힌 이유는?

"창조적 상상력 있으면 농업 경쟁력이 생긴다" 만화책 읽고 함께 토론
이윤현 현명농장 대표… 배밭에서 음악회 열어 올해 3000명 끌어모아
정운천 참다래유통 대표… 고구마 팔며 냄비 끼워줘 홈쇼핑서 대박 터뜨려
  • 등록 2007-09-17 오전 8:25:52

    수정 2007-09-17 오전 8:25:52

[조선일보 제공] 범접할 수 없는 힘을 가진 마족(魔族)의 왕 손손(손오공)이 동자승 삼짱(삼장법사)과 함께 죽은 이들이 살고 있는 땅 ‘서천’으로 떠난다. 도적단의 두목 돈팔계(저팔계)와 장사꾼 소녀 오드리 사(사오정)가 그 길을 함께하게 됐다. 높은 산, 넓은 물, 갖은 괴물과 요괴가 판치는 그 길에 선 손손 일행은….

서유기를 바탕으로 한 각색 만화 ‘크로니클스’ 2권까지의 내용이다. 3권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과연 앞으로 손손 일행은 어떤 위험을 마주쳐, 뚫어 나가게 될까.

지난 14일 오후, 농업 CEO 8명이 경기도 화성 미래상상연구소의 상상교육센터에 모여 앉았다. ‘크로니클스’ 3권을 이어갈 내용을 궁리해 보기 위해서다. 전남 해남에서 온 고구마 장수, 무안서 온 양파 장수, 경북 상주의 은행나무 묘목 아빠, 경기도 화성의 배밭 할아버지….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도 예사롭지 않다.

농사 짓기도 바쁜 사람들이 왜 만화책을 읽어야 하느냐고? 행사를 주관한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대표는 “사람들은 FTA(자유무역협정)다, 개방이다 해서 농업이 금방 망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창조적 상상력만 있으면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만화에서 상상력을 길어 올리자는 이야기다.

하지만 상상력 하면 그 자리에 모인 농업 CEO들도 뒤지지 않았다. 정운천(53) 참다래유통사업단 대표는 지난해 2월 농수산 홈쇼핑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고구마를 팔 때 구이용 냄비를 원가로 끼워 파는 아이디어였다. 다른 상품이 1분에 100만원 매출을 올릴 때, ‘고구마+냄비’ 세트는 400만원 매출을 올렸다. 그렇게 23차례 매진을 기록했다. 정씨는 “냄비를 함께 산 사람들은 우리 고구마를 앞으로도 계속 사 먹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이윤현(60) 현명농장 대표는 농업과 음악을 연결했다. 하얀 배꽃이 안개처럼 깔리는 배밭에서 음악회를 여는 것. 올 한 해 농장축제에 3000명이 다녀갔다.

윤명희(51) 한국라이스텍㈜ 대표는 주부 경험을 살려 씻어서 진공 포장된 간편한 쌀을 무기로 백화점·콘도를 뚫어 연 100억원의 매출 기업을 일궈 냈다.

그런 상상력과 이야기를 북돋워 농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이번 행사의 목적이다. ‘크로니클스’를 펴낸 ㈜거북이북스의 강인선 대표는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이야기가 농업의 부가가치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가면 작은 마을에 파는 과자 껍데기에도 그 과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전국 어디에 가도 호두과자 포장이 똑같은 우리와 다르죠. 그렇게 이야기를 담으면 보통 과자보다 부가가치가 2~3배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죠.”

이날 농업 CEO들은 만화책을 돌려 읽고, 팀을 이뤄 다음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20대 젊은 만화가들이 농업인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한 컷 한 컷 그려 냈다.

그 중 한 팀의 이야기는 이렇다. “오랑쥐(오렌지 모양의 요괴)가 카우본(소뼈)을 무기로 자청비(우리 민속에 농사를 관장하고 있다고 전해지는 여신·女神)를 납치한다. 한순간에 수호신을 빼앗긴 마을은 굶주리게 되는데. 주인공 손손은 마을 사람들이 가져다 준 빨간 참다래, 보라색 감자, 노란색 양파를 무기로 간신히 자청비를 구해 낸다. 여신 자청비는 손손의 손바닥 안에서 무지갯빛 씨앗으로 변한다.”

농업 경영인을 위한 만화책 읽기 상상력 아카데미 행사는 12월까지 모두 10회에 걸쳐 무료로 계속될 예정이다.

문의 미래상상연구소 (02)734-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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