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J]빨래방에 웬 수족관?

  • 등록 2019-06-28 오전 5:15:00

    수정 2019-06-28 오전 5:15:00

[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주택가를 지나다보면 해가 쨍쨍한 날은 열에 다섯 가구 이상은 베란다 밖으로 이불을 내걸고 뽀송뽀송하게 말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 일본도 우리나라보다 심하지는 않지만 미세먼지에 꽃가루 등 공기 질이 예전만 같지 않은 지역이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이런 환경변화 속에서 쑥쑥 커가는 성장산업이 바로 코인 빨래방이다.

바야흐로 코인빨래방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빨래방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에 등장한 코인빨래방 중 몇 개를 들여다보면 매우 이색적인 곳이 많다.

예를 들면 올 4월에 오픈한 ‘발루코 런드리 플레이스(Baluco Laundry Place)’라는 코인빨래방은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베이커리 카페를 갖추어 지루한 빨래 대기시간을 커피와 빵을 즐기며 보낼 수 있도록 해준다. 최근 커피업계의 애플로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블루보틀’ 카페를 디자인 한 회사가 설계하고 시공해 외관도 훌륭하다.

여기에 더해 이 곳은 직접 빨래방애 오지 않아도 대신 빨래를 해주는 대행 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는데 30ℓ 박스(티셔츠 60장 분량)당 3100엔(약 3만1000원)으로 일본의 일반 세탁소에 비해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또 한 곳을 소개하자면, ‘삣코로팟소’라는 곳이 있는데 이탈리아어로 ‘작은 발걸음’이라는 뜻의 점포다. 이탈리아의 전통과자인 주코토를 비롯해 티라미수, 치즈케이크,? 파스타 등 제대로 된 전문 메뉴를 갖추고 있으며 2층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키즈 스페이스도 있다. 게다가 안쪽에는 장애인들이 인근 요양시설의 빨래물을 수거해 작업을 하는 상생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다.

이 밖에도?“빨래를 하면서 본인 마음도 세탁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내부에 전장 6m 규모의 대형 수족관을 설치한 아쿠아리움 빨래방이라던가, 대기시간을 활용해 애완견을 목욕시킬 수 있는 부대시설을 갖춘 곳, 각종 동호회 등 커뮤니티 모임을 위한 회의실 대여 서비스를 하는 곳 등 매우 다양한 형태의 점포들이 경쟁적으로 문을 열고 있다.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는 게 대부분이며 현재 일본 전역에 약 2만 점포가 운영되고 있는데 최근 10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건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고 24시간 운영할 수 있어 영업이익률이 약 50~60%까지 나온다는 업계 소문을 타고 최근 회사원이나 주부 부업 최고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가맹점 모집에 위기의식을 느낀 편의점업계가 빨래방 결합 점포를 신규로 오픈할 정도라고 한다.

한국도 코인 빨래방이 오래 전부터 등장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다지 성장하진 못했다. 오히려 최근에는 가정용 빨래건조기가 폭발적으로 팔리고 있다고 한다.

같은 환경변화에서 생겨난 신사업의 형태가 이렇게나 다르다. 남이 해서 잘 된다고 무턱대로 따라하는 벤치마킹이 이렇게나 위험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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