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암호화폐 읽기]<33>암호화폐에도 공매도는 있다…커지는 숏마진

가격하락 주범 공매도, 가격발견·유동성확충 순기능도
암호화폐처럼 성장성에 버블 가능성 큰 시장에 기여
연초후 가격조정기에 숏마진 증가…최근 반등 주역으로
투자위험 매우 높아…일부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활용
  • 등록 2018-04-28 오전 7:32:27

    수정 2018-04-28 오전 7:32:27

지난해 12월 역사상 고점을 찍은 뒤 비트코인 가격이 3월말까지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숏마진을 중심으로 한 매도포지션도 크게 늘어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얼마전 삼성증권이 주식 발행한도를 훨씬 넘어서는 속칭 `유령주식`을 배당으로 임직원들에게 잘못 지급한데 이어 이 회사 임직원 몇몇이 자기 소유도 아닌 주식을 시장에 내다팔아 주가를 급락시키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문제의 이 임직원들은 자기 증권계좌에 숫자로 찍힌 주식을 판 것이지만 실제로는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매도한 셈이었던 만큼 우리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를 실행한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야기했습니다. 결국 20만명 이상이 청와대에 공매도 폐지 청원을 낼 정도로 개미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고 말았습니다.

이렇듯 일시에 매도물량이 몰려 주가를 떨어뜨리는 특징이 있다보니 공매도는 오랜 시간동안 개미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실 공매도는 주식 거래를 촉진시켜 시장 유동성을 확충해주는 긍정적 역할을 합니다. 특히 부실하거나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거나 앞으로 주가를 떨어뜨릴 만한 악재를 가진 기업 주가가 제 자리를 찾도록 하는 가격발견기능을 가지기 문제 기업을 시장에 미리 알려주는 경고등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역시 공매도의 이런 역할을 높이 사면서 공매도 데이터를 활용해 투자하지 말아야할 기업을 가려내는데 이용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런 공매도의 순기능은 한창 성장하는, 따라서 가격에 버블(거품)이 낄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서 더욱 잘 발휘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암호화폐시장에서도 공매도와 유사한 방식의 숏마진(short margin) 거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암호화폐시장에서 아주 짧은 시간에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가격이 역사상 최고치인 2만달러 가까이 급등하자 버블 낌새를 느낀 투자자들 사이에서 숏마진 거래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가장 최근에 숏마진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일이 있었는데요, 바로 지난 12일(현지시간) 장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각국에서의 규제 강화와 미국 소득세 납부 등 악재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힘을 쓰지 못할 때였구요, 그날도 달러로 거래되는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6700달러 근방에서 횡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가격이 뛸 만한 호재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불과 40여분만에 비트코인 가격이 20% 가까이 급등하며 8010달러대로 치솟는 일이 생겼습니다. 투자자 대부분이 의아해할 했지만 그동안 숏마진에 치중하던 세력들이 포지션을 청산하며 일종의 숏커버링(short covering)에 나선 것이 원동력이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강하게 바닥 다지기 양상을 보였고 17일 소득세 납부시한이 지나면 매수세가 다시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이 촉매로 작용했습니다.

암호화폐시장에서의 공매도는 주로 마진트레이딩 서비스를 제공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해 이뤄집니다. 마진트레이딩은 주식시장으로 치면 일종의 신용거래인데요, 거래소로부터 현금이나 비트코인 또는 이더리움을 빌려 코인을 매수하는 게 롱마진(long margin)이라면, 거래소로부터 코인을 빌려 매도한 뒤 실제 가격이 하락하면 싸게 되사서 갚는 게 숏마진입니다. 롱마진 이후에는 실제 가격이 뛸 때 코인을 비싸게 팔아 애초 빌린 현금이나 코인을 갚으면 이득이 되지만 가격이 하락하면 손실을 보고 매도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숏마진에서도 예상대로 가격이 하락하면 싸게 사서 갚으면 이익을 보지만 가격이 오른다면 손실을 감수하고 비싼 값에 코인을 되사야 합니다. 지난 12일의 경우 숏마진 포지션을 쌓았던 투자자들이 예상과 달리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오를 조짐을 보이자 어쩔 수 없이 코인을 되사는 숏커버링에 나섰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거래소에서는 이런 마진 트레이딩이 꽤나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마진 트레이딩 거래를 보이는 곳은 비트멕스(Bitmex)구요, 그 외에도 코인베이스와 크라켄, 플러스500, 비트피넥스, 폴로닉스, AVA트레이드 등 여러 거래소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투자자들도 이런 거래소들을 이용해 마진 트레이딩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러나 주의해야할 점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공매도는 결코 차익거래(arbitrage)와 같은 무위험 거래가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가격 방향성이 아랫쪽이 아닌 윗쪽으로 간다면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위험을 떠안고 있습니다. 특히 암호화폐는 주식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훨씬 클 뿐 아니라 비트멕스 등 암호화폐 거래소는 마진 트레이딩에 대해 최대 100배까지의 레버리지를 부여하고 있어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습니다. 암호화폐 조정기에 마냥 손놓고 가격 상승만 기다릴 순 없어 숏마진을 이용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포트폴리오의 일부분 정도로 제한하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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