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 투믹스 '슈퍼리치' 신동성 작가 "자본주의 현실 그리고 싶었다...

중견기업서 회계업무하다가 뛰쳐나와 웹툰 도전
전공 살려 액션+금융+사회 이슈 복합시킨 스토리 그려
대기업, 부자들의 행동 알려주며 독자들에게 경각심 전달
  • 등록 2017-04-01 오전 6:00:00

    수정 2017-04-02 오후 8:50:22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웹툰 플랫폼 ‘투믹스’의 대표 작품 ‘슈퍼리치’는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두 가지 법칙, 힘과 돈을 이용하는 방법을 냉정하게 풀어냈다. 픽션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생생함이 그대로 전달된다. 더욱이 슈퍼리치는 단순히 힘을 이용해 돈을 버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 아닌, 돈을 이용해 복수를 전개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여서 서사적인 구조도 갖췄다. 돈이 돈을 낳고 돈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는 한국 사회에서 주인공인 일개 고교생들이 과연 얼마나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을까. 슈퍼리치는 이 과정을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이데일리>는 슈퍼리치를 그린 신동성 작가를 직접 만나 작품의 배경과 향후 시즌2에서 전개될 이야기들에 대해 들어봤다.

투믹스에서 ‘슈퍼리치’를 그린 신동성 작가가 자신이 그린 그림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 작가는 투믹스에서 슈퍼리치 시즌1을 마치고 최근 시즌2 연재에 들어갔다. (사진=투믹스)
◇주제가 다소 어렵다. 왜 슈퍼리치를 기획하게 됐는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가.


신동성(이하 신): 원작은 따로 있다. 원래 스토리가 아닌 그림만 그리려고 했다. 원작자는 스승격인 이종규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님이다. 이 교수님이 진행하는 웹툰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듣다가 내 전공을 살려 하고 싶은 것을 그리라고 조언을 들었다. 일반 만화가들에게 없는 나만의 전공을 활용하라고 했다. 당초에는 정치스포츠 만화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이 교수님의 조언 때문에) 노선을 바꾸게 된거다. 돈에 대한 소스가 대중들에게 호응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해 나름대로 각색을 했다. 돈을 크게 벌고 이를 멋있게 쓰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작품 슈퍼리치에서 슈퍼리치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보다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들 쥐락펴락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현실 사회에 이같은 소스들이 널려있는 만큼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기업, 부자들이 하는 행동들을 만화로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경각심을 주려고 했다. 고교생 주인공들도 다소 ‘나쁜 사람’으로 등장시켜 현실감을 살렸다.

주인공을 왜 정체를 숨긴 엘리트 남지훈, 이종격투기 선수 한대호 등으로 설정했는지. 의미가 있나.

신: 최초에는 대학생과 한물 간 성인 복싱선수를 주인공을 내세우려고 했다. (이종규 교수의 조언대로) 주인공을 고등학생으로 맞추면서 이렇게 변한거다. 특히 주인공 중 한 명인 한대호의 성격이 중요하다. 처음엔 남지훈에게 이용 당하는 입장에서 점차 자각을 하며 향후 두 사람이 부딪히는 부분이 종종 나올거다. 실제 극중에서 한대호는 가끔 자책하는 감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극 말미에 한대호가 폭주하는 남지훈에 대한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캐릭터 성격이 극의 흐름을 만들어 갈거다.

학원물, 시장경제, 복수극 등 다양한 주제를 혼합한 이유가 무엇인지. 또한 여러 요소가 복합되면서 큰 줄기의 주제를 이끌어가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조절했는지.

신: 아직도 줄거리의 큰 방향을 일관성이 있게 조절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차라리 단순 액션 만화였으면 흐름 맞추는 것이 쉬었겠지만 금융, 심리학, 사회적 장르가 모두 혼합되다 보니 어렵더라. 하지만 사회적인 현상들을 전반적으로 다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때문에 잘못하면 내용이 조잡해지거나 재미가 없어질 수도 있어 걱정이다. 완결된 시즌1은 전체 줄거리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시즌2에서는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될거다. 두 가지 주제로 전개될 것이니 잘 지켜봐달라.(웃음)

신동성 작가가 <이데일리>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투믹스)
◇미지의 인물 데이먼은 왜 곰탈을 쓰고 나오는 것으로 설정했는지.


신: 원래 어린 시절 데이먼은 공부는 잘하는 데 일부 모자라는 부분이 있었다. 지병이 있어 자신감도 없다. 곰탈을 쓰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작가로서의 의도를 말하자면 악인으로 설정된 데이먼을 더욱 무섭게 보이려는 차원도 있다. 징그럽고 무서운 것을 대놓고 무섭게 만드는 것보다 귀여운 것을 무섭게 표현하는 것이 더 무섭지 않은가. 이런 점을 노렸다. 데이먼도 향후 가면을 벗으면서 자기 본래의 성격을 조금씩 드러낼거다.

과거 중견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슈퍼리치를 위해 새로 증권 분야 취재도 열심히 했다고 들었다.

신: I중견기업을 다니다가 30살에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1년간 그림에 도전하게 됐다. 처음에는 게임원화 학원을 다니다가 이후 일본 웹사이트를 뒤지면서 그림 공부를 혼자 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니깐 저절로 노력하게 되더라. 네이버 베스트도전으로 처음 데뷔했다. ‘후원자’라는 웹툰으로 작품을 올린 지 한 달 만에 베스트도전에 올라가더라. 당시에는 회사에 다닐 때 받았던 연봉의 절반 정도 밖에 못받았지만 행복했다.

작품 취재 차원에서 했던 것은 심리학 수업 청강과 주식 공부였다. 원래 나는 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봤던 사람이다. 주식은 투기성 때문에 원래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주식이야 말로 돈이 불어나는 과정에 대해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도구로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공부 차원에서 주식 서적을 많이 봤지만 실제로 주식을 하지 않는 이상 도움이 크게 안 되더라. 이에 일정한 돈을 들여 주식 투자를 실제 해봤다. 증권회사 상담사에게 전화로 A부터 Z까지 다 물어봤다. 또한 기업분석을 원래 할 줄 알아 이 부분도 활용했다.

투믹스의 대표 웹툰 ‘슈퍼리치’. 힘으로 주변을 평정하는 주인공 한대호(오른쪽)과 천재 남지훈이 돈과 힘으로 복수를 꾀하는 웹툰이다. (사진=투믹스)
◇만화 속에서 남지훈과 한대호가 돈을 모으는 과정이 현실 속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보는지.


신: 무조건 될 것 같다. 전제 조건이 한 두 개만 맞다면 말이다. 지역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싸움꾼과 어느 정도 머리 좋은 학생만 있다면 가능성이 높다. 실제 (남지훈이 극중에서 돈을 모으는 방식 중 하나인) 게임순위를 올리는 방식도 현실에서 가능한 부분이다. 일단 상장이 돼 있어야 하고 게임성은 좋지만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곳이 있다면 누군가가 작품 속에서처럼 주식거래로 충분히 돈을 모을 수 있을 거다.

<이데일리>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 누구든지 만화가 하고 싶다면 언제나 연락달라. 나의 최종적인 꿈이자 목표는 지방에서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만화를 가르쳐주는 거다.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그려낼 수 있는 게 실력인데 이 과정이 매우 어렵긴 하다. 만화에 관심이 있다면 도와줄 수 있다. 언제나 기다리겠다.(웃음)

신동성 작가가 <이데일리> 독자들에게 남긴 인사말과 그림. (사진=투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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