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주가는 주로 외국인의 매수와 매도 흐름에 따라 움직이기는 했다. 하지만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D램 가격의 상승 사이클을 타고 개미들의 매수가 유입하며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사례도 여러 번이다. 이번에도 D램 가격 반등을 기대한 개미군단이 ‘8만원 고개’를 넘어 9만전자까지 삼성전자의 주가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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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00원(0.13%) 내린 7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일까지 8거래일 연속 오르던 삼성전자는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둔화하자 상승 랠리를 멈췄다.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 데다 미국 고용도 탄탄한 모습을 보이자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이에 지난달 삼성전자를 1조5750억원 사들이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 2660억원 사들이는데 그치며 순매도세를 줄여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개미들은 3일부터 순매수로 전환, 4거래일(3~8일) 연속 삼성전자를 사들이며 5941억원을 담았다. 지난달만 해도 삼성전자가 7만원대를 회복하자 개미들은 2조8860억원을 팔며 ‘익절(이익을 보고 손절함)’에 나섰다. 리테일 시장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키움증권 고객의 삼성전자 주식 평균 매수 가격은 7만4800원이다. 종가 기준 7만4800원을 회복한 것이 12월 20일인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최근인 1∼2주 이내에 평가손실 구간에서 평가이익 구간으로 진입했고, 개미들이 이익권이 되자 매도에 나섰다는 얘기다.
외국인 놀음이라고? 개미가 D램 보고 움직인다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로 다시 눈길을 돌리는 것은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와 D램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 때문으로 보인다. 개미들은 반도체 가격 상승 흐름을 타고 지난 2017년과 2021년 두 차례 주가 상승을 주도한 적이 있다.
코로나19 당시 언택트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탄 D램 가격을 발판 삼아 삼성전자의 주가를 다시 끌어올린 것도 개인이다. 2021년 8월 삼성전자가 전고점인 8만2900원을 기록했을 당시 외국인은 직전 달인 6월과 7월 4001억원, 2조2862억원을 각각 순매도했지만 개인은 각각 1조3300억원, 2조9882억원을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증권가에서는 개미들이 주로 D램 등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전망과 기대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D램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외국인의 ‘팔자’에도 개미들이 돌아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0일 기준 D램 PC용 범용제품(DDR4 8Gb)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10월부터 오름세를 나타내더니, 3개월 만에 26.9%가 올랐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디램 시장은 판가(ASP)가 범용제품보다 5~7배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D램 위주로 증설에 나서며 질적 성장도 기대된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읽은 증권사들 역시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10만원대까지 올려잡고 있다.
다만 코스피 전반을 둘러싼 외국인의 매수세가 잦아든 점은 여전히 유의해야 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외국인이 선물 시장에서 2조원 이상 순매도하며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할 것이며 당분간 호재보다 악재의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다”며 “단기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