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해저케이블’ 꽃 피운 동해항…신재생에너지 특수 누리는 LS전선

‘해저케이블 수출 기지’ 강원도 LS전선 동해사업장
풍력발전 인기에 해저케이블 수요 급증해 수주 호황
선제 투자로 기회 잡아…‘글로벌 4대 업체’ 자리매김
신재생 에너지 전환 맞춰 1900억원 투자로 미래 준비
  • 등록 2021-10-07 오전 6:00:00

    수정 2021-10-07 오전 8:34:37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잇따르면서 해저케이블 시장도 덩달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LS전선 동해사업장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현장 직원 수는 2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최근엔 19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생산 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대규모 신재생 에너지 사업들이 추진되며 해저케이블을 생산하는 LS전선이 수혜를 누리고 있다. 핵심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해상풍력이 발전이 떠오르면서 해저케이블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지난 2007년 국내 최초로 해저케이블을 개발하며 선제로 시장에 뛰어든 LS전선의 판단이 시대의 흐름에 들어맞은 셈이다.

LS전선 동해사업장 해저케이블 선적 장면 (사진=LS전선)
‘해상풍력 발전 인기’에 LS전선 동해사업장은 분주

지난 1일 찾은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선 대만과 네덜란드 등으로 수출될 해저케이블 생산을 위한 설비들이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해저케이블은 제품 길이가 수백km에 달해 ‘갱웨이(Gangway)’라는 통로를 통해 사업장 내 여러 공장을 오가면서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해저케이블은 각자 배정된 턴테이블(생산된 케이블을 감아 보관하는 시설물)에 둥그렇게 감기며 장관을 만들어낸다.

해저케이블은 ‘전선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대륙과 대륙·육지와 섬 등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두 지점 사이의 전력 송신과 통신을 위해 설치된다. 최근엔 해상풍력 발전이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으면서 해저케이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해저케이블이 있어야만 바다 위에서 생산된 전력을 육지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해저케이블은 한 번 포설하면 다시 손을 보기 어려운 만큼 고품질의 케이블을 만들어내는 기술력이 중요하다. LS전선은 유럽·일본에 비해 뒤늦게 해저케이블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10여년 만에 이들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올라섰다. 김원배 LS전선 이사는 “회사의 기술 발전 속도를 보고 유럽·일본 업체들도 깜짝 놀랄 정도”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공장 곳곳에 놓인 턴테이블 크기와 개수는 LS전선의 입지를 짐작하게 했다. 해저케이블 특성상 100km 이상의 길이의 케이블을 끊김 없이 만들어야 하는데, 턴테이블 크기가 클수록 더 긴 케이블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LS전선은 세계 최대급인 1만t급 턴테이블을 비롯해 수천t의 턴테이블 30여대를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성장엔 과감한 투자가 한몫했다. LS전선은 2008년 동해사업장 해저케이블 1공장을 완공한 뒤 2013년 한 동이었던 1공장을 두 동으로 확장했다. 2019년엔 500억여원을 투자해 해저케이블 2공장을 착공했다. 지난해 대지면적 10만4000㎡에 건축면적 8800㎡ 규모로 완공된 2공장으로 LS전선의 연간 해저케이블 생산 능력은 2.5배 증가했다.

LS전선 동해사업장 해저케이블 선적 장면 (사진=LS전선)
해저케이블 대한 선제적 투자가 만든 수주 호황

해저케이블 사업이 크게 빛을 보지 못하던 상황에서도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해 이어왔던 투자는 수주 호황으로 돌아오고 있다. LS전선은 대만 정부가 2025년까지 진행하는 1차 해상풍력 사업의 초고압 해저케이블 공급권을 모두 따냈다. 총 수주 금액은 8000억여원에 이른다. 지난해엔 네덜란드와 바레인, 미국 등에서 총 3000억원이 넘는 대형 수주도 성사시켰다.

LS전선은 국내 해저케이블 시장도 주도하고 있다. LS전선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해상풍력 개발업체 덴마크 오스테드와 5년간 초고압 해저 케이블 우선공급권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오스테드가 국내에 건설하는 해상 풍력단지의 해저케이블은 LS전선이 우선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전남 완도와 제주 간 약 90㎞를 잇는 해저케이블 생산·시공도 LS전선이 수행한다.

해저케이블을 생산하려면 고난도의 기술력과 특수 설비가 갖춰져야 해 당분간 LS전선의 입지는 탄탄할 것으로 보인다.

이욱 LS전선 차장은 최근의 해저케이블 시장을 “해상풍력 발전을 하겠다는 국가들은 많지만, 해저케이블을 공급하는 업체는 소수이다 보니 오히려 공급자가 우위에 선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해상 풍력단지에 들어가는 초고압 해저케이블은 대부분 LS전선을 포함한 유럽·일본 등 총 4개 기업이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풍력발전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점도 LS전선으로선 고무적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50년 전 세계 풍력발전 설치용량이 4100GW(기가와트)에 이르러 전 세계 발전 설비용량 2만700GW 중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LS전선 동해사업장 해저케이블 생산 모습 (사진=LS전선)
VCV타워 등 1900억원 투자…미래 준비한다

따로 공개되지 않는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수출 실적은 강원도의 수출 기록에서 엿볼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강원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적 강원지역 전선 수출액은 전년 대비 398.7% 증가한 1억6806만달러(2009억여원)로 집계됐다. 이는 강원지역 주요 수출품목 중 수출액 기준 의료용 전자기기에 이은 2위 기록이다.

LS전선은 동해사업장에 1900억여원을 추가 투자하며 미래 준비에도 나섰다. 2023년까지 아파트 63층 높이에 이르는 국내 최고층 전력 케이블 생산 타워를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시대에 걸맞은 생산 인프라를 구축해 해저케이블 품질과 생산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최근엔 국내 최대 규모의 8000t급 해저케이블 포설선도 확보했다.

LS전선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대용량 장거리 송전수요 증가에 따라 생산시설을 확대해 초고압 해저케이블 생산량을 늘리고, 여러 가닥의 전력선을 수직으로 이송·연합하는 VCV 타워를 활용,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해 제품 공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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