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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전 11시30분 여의도 KDB산업은행본점 내 구내식당 양식 코너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 팔이 빵과 반찬을 배식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아워홈의 ‘자동화 배식기’를 처음 접한 고객들은 점심 메뉴를 로봇 팔이 옮겨준다는 것에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거나 감탄을 연발했다.
자동화 배식기는 한 평(3.3㎡) 남짓한 공간에 설치된 로봇 팔 장비와 천장 부분에 달려있는 비전카메라가 한 세트로 움직인다. 비전카메라가 음식이 필요한 상황을 판단하고 로봇 팔이 식판을 든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배식 테이블 앞까지 반찬이 담긴 쟁반을 옮겨 주는 시스템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자동화 배식기 주위에 임시 가드와 아크릴 판을 설치해 안전 기준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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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배식기는 아워홈이 급식업장 업무강도 감소와 서비스 품질 향상을 목표로 2013년부터 추진해온 급식 전 과정의 자동화 중 하나다. 아워홈은 자체 보유 전국 900여개 급식 사업장을 대상으로 급식 제공 절차별 소요시간과 업무 강도를 단계별로 분석하고 노동 집약도가 높은 과정에 점진적으로 자동화 설비 도입을 추진해 업무 효율화를 꾀했다. 지난 4월 APS홀딩스 자회사 코닉오토메이션과 상호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국 사업장에 배식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 것이 첫 단추였다.
급식은 식재 전처리나 배식, 설거지 등 인력 의존도가 높으며 업장 운영 인원수에 따라 서비스 품질 변동 폭이 크다. 외식과는 달리 생활 관여도가 높아 구내식당이 위치한 학교급식 혹은 병원식으로 일상생활과 밀접하지만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아워홈이 자동화 배식기를 한 달 간 도입해 시험 운영해 본 결과 배식 과정을 효율화해 근로 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다. 배식을 위한 고정 인원 조정 등 인력 운영의 효율화로 배식 업무 시간이 최대 70% 가까이 단축된 것이다.
로봇 팔 자동화 배식기 아이디어를 낸 우한민 아워홈 FS인테리어팀 팀장은 “15년 동안 아워홈에서 수많은 급식업장을 운영 관리해오면서 대부분 50~60대인 여사님들이 한 자리에서 단순한 업무를 위해 대기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국내 급식업계 최초로 배식 자동화 설비를 개발·도입 하게 된 것은 인원 감축이 아니라 근로자의 작업 환경 개선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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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은 자동화 배식기를 시작으로 배식 단계부터 잔반처리, 음식 조리 과정 등 점차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본점에서 7월 말까지 약 한 달간 자동화 배식기를 운영해본 결과 고객사와 소비자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급식 제공 단계는 입고-검수-전처리-조리-배식-세정 총 6단계로 구성된다. 직원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는 단계는 잔반 처리, 세정, 배식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아워홈은 식기세정실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자동 잔반 처리기’ 개발 및 도입을 추진, 전국 급식업장에 점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마곡 등 수도권 소재 대규모 생산 공장 및 아워홈 마곡 식품연구원 등 전국에 자동화 배식기 1곳, 자동 잔반처리기 2곳을 추가로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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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팀장은 “배식 시간이 긴 대학교, 오피스 상권 등 자동화 설비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급식 사업장이 많은 만큼 경쟁 업체들도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개발에 나설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3년 이내 국내 급식 업계 전반에 자동 배식 시스템을 비롯한 기술 발전 및 업무 효율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