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시행]'밥상물가' 따라 웃고 울고… 적용기준 논란

집값과 무관한 농축수산물값
소비자물가 상승률 가중치 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좌지우지
적용요건만 구체적 기준 제시
갈등 줄일 해제 요건 마련해야
  • 등록 2017-11-08 오전 5:30:00

    수정 2017-11-08 오전 7:13:15

그래픽=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기준이 과도하게 엄격해 그동안 제도 적용이 어려웠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실제 적용이 가능해졌지만 제도적인 맹점도 함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집값과 무관한 농축수산물 가격의 변동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좌지우지하는데다 향후 해제 기준이 없다는 점도 소비자와 건설업계의 불만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농축수산물에 울고 웃는 ‘이상한’ 적용 기준

지난달까지만 해도 서울 25개구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사정권 밖에 있었다. 7~9월 석달간 집값 상승률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0.9%)의 2배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3개월 물가상승률 및 집값 상승률 비교(자료: 통계청, 한국감정원)
그러나 지난 1일 10월 소비자물가 통계가 발표되면서 상황은 180도로 반전됐다. 서초구를 제외한 서울 24개구가 분양가상한제 사정권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10월 서울지역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월 대비 6.9% 하락하면서 8~10월 석달간 서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18%로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에서 농축수산물의 가중치는 전체 1000 중에 70 밖에 되지 않지만 다른 품목들의 변동폭이 미미했기 때문에 전체 수치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 것이다.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 관계자는 “월별 변동폭이 큰 농축수산물은 가중치는 작지만 물가를 0.3~0.4%포인트씩 움직이는 주요 변수”라며 “현재 전체 물가 수준이 워낙 낮다보니 일부 품목에서 1~2%포인트만 오르락 내리락해도 굉장히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농축수산물 가격의 변화가 이처럼 분양가상한제 지정 여부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 25개구 가운데 송파·강동·성북·강북구를 제외한 21개구는 7~9월보다 8~10월 집값 상승률이 낮아졌지만 오히려 분양가상한제 적용 가능성은 높아졌다.

해제 요건 없어…“정부 시장 개입 견제 불가” 지적도

분양가상한제 해제 기준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인위적인 가격 규제는 일종의 사유재산 침해 또는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과도한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도록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가 해제 요건이다. 향후 주택시장 안정시 해제 시점과 방법을 놓고 갈등과 마찰이 우려된다.

그러나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이후 해제 방법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해놓지 않은 상태다. 과거 분양가상한제 적용은 전국적으로 이뤄진 뒤 해제된 것이라 지역별 적용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지역의 주택시장이 침체 또는 안정되거나 집값 상승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 때 비로소 심의를 거쳐 상한제 적용 지역을 해제할 것”이라며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특정 지역 주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거나 앞으로 과열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애초에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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