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8·2 부동산 대책’이라는 초강력 카드를 꺼낸 지 보름도 안돼 대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제(양도소득세 강화), 대출(DTI·LTV 강화), 청약(1순위 자격 제한) 등이 모두 포함된 규제가 주택시장을 전방위로 압박하자 내 집 마련을 계획했던 세입자들이 전·월세 등 임대차시장으로 몰리게 되면서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 전세난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전셋값 상승 압력이 커지면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높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갭투자(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적은 주택을 전세를 끼고 사는 것)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남 등 국지적 전세난 우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0.07%에서 3월 0.18%로 소폭 상승한 뒤 이사철인 5월 들어 0.34%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후 6월(0.50%)과 7월(0.46%)에도 전셋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4월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재건축 단지가 몰린 강남지역은 멸실가구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달 현재 서울에서 사업시행인가 또는 관리처분계획이 진행 중인 재건축 단지는 총 1만9802가구로 대부분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몰려 있다. 사업시행인가 이후 단계에 있는 서울 재개발 사업지도 1만8849가구나 된다. 하지만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6555가구로 지난해(2만5887가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정비사업으로 멸실되는 가구에 비해 공급 물량이 부족해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에선 올 하반기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대규모 발생할 예정이라 전셋값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며 “부동산 규제로 주택 매매거래가 뚝 끊어진 상황에서 세입자들이 집 구매를 미루고 전세로 눌러 앉으려는 수요가 많아지면 전세난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집 안 팔면 그만”… 갭투자자 ‘버티기’ 조짐도
서울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성북구(7월 말 현재 전세가율 83%)도 대책 영향을 별반 받지 않는 모습이다. 정릉동 정릉힐스테이트 1차 전용 59㎡형은 매매 거래가 많이 줄긴 했지만 매매 시세는 4억5000만원, 전세값은 3억9000만원 선으로 규제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가 내년 4월부터 시행되지만 갭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소액으로 여러 채를 투자한 경우 많아 섣불리 팔지 않고 무조건 기다리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로 갭투자가 위축될 수도 있지만 집을 안 팔고 게속 보유하고 있거나 양도세를 적게 낼 요량으로 다운계약서가 성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