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같은 공연장은 없다. 각 공연장 자체도 다 다르지만 처한 환경이 같을 수 없다. 거창하게 말하면 물리적·사회적·경제적·정치적 외부환경이 저마다 다르다. 건축물로서의 공연장이나 그릇으로 담는 예술작품이 같을 수 없다. 그러므로 ‘좋은 공연장’이나 ‘나쁜 공연장’을 말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정도 공감은 하겠지만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수입이 많다고 꼭 좋은 공연장인 것도 아니다. 화제의 공연을 연속해서 올린다고 사랑받는 공연장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런 사정은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예술현장에서 일하면서 해외에서 공연장을 둘러볼 기회가 많았다. 현장을 둘러보는 이유는 대부분 ‘뭐 배울거 없나’라는 의도에서다. 자꾸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례들마다 고민도 엿볼 수 있고 자랑거리도 발견한다. 우리가 당장 참고할만한 꺼리도 많다. 그러다 보면 나름대로 공연장을 보는 눈도 생긴다. 그런데 공연장의 수준과 형편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 중 하나만 들라고 하면 나는 ‘구내식당’이라고 말한다. 뜬금없다고 여기겠지만 내게는 그렇다.
경험에 의하면 구내식당의 성격과 수준은 해당 공연장의 그것과 거의 일치했다. 관료적인 운영으로 유명했던 미국의 한 공공공연장에 있는 구내식당은 좁고 보잘 것 없었다. 음식 수준도 낮았다. 세계 최고(최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오페라하우스라 자부하는 공연장의 구내식당은 규모도 크지만 음식이 다양하고 수준은 높았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프랑스의 한 공공공연장 구내식당은 대학 카페테리아 같은 분위기였다. 공연장이 작아 무대 뒷공간에 구내식당을 갖추기 어려운 경우에는 로비에 있는 커피숍이나 레스토랑도 좋은 근거가 된다. 출연자와 스태프가 주로 이용하는 근처 식당도 비슷하다.
새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청와대 구내식당의 메뉴는 계란볶음밥, 메밀국수, 치킨샐러드, 배추김치, 열무김치였다고 전한다. 가격은 3000원이다. 사진으로 봤으니 맛을 알 수는 없다. 그 식당의 주요 이용자는 청와대 직원일 것이다. 외부에 있는 식당으로 나가기 어려울테니 공연장 백스테이지에 있는 구내식당과 다를 바 없다. 분위기에 따라 청와대 구내식당도 내용과 수준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지금 같으면 직원들이 ‘회사 다닐 만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일단 좋은 공연장의 조건은 갖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