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색깔 기업이 좌우]②양궁·피겨·탁구..비인기종목 설움 이겨낸 배경은

  • 등록 2016-08-10 오전 6:00:01

    수정 2016-08-10 오전 6:00:01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지난 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 마라카낭 삼보드로무 양궁경기장. 남자 양궁단체전에서 8년 만에 대한민국 양궁팀의 올림픽 금메달이 확정되자 정의선(46) 현대차(005380)그룹 부회장은 아내와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엄지를 높이 추켜세우고 양팔을 번쩍 든 채였다.

오늘날 한국 양궁이 세계 양궁계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된 데는 대를 이어 내려온 현대차 그룹의 도움이 컸다. 정몽구 회장이 지난 1984년 서향순 선수의 첫 한국 양궁 금메달 획득을 지켜본 뒤 양궁에 대한 후원을 결심한 뒤 지금까지 380억원 이상을 투자해온 것. 정 회장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아 과학기자재를 도입하고 연구개발을 추진했다. 정 부회장은 2005년부터 회장직을 맡아오고 있는데, 평소에도 선수나 코치들과 가족처럼 지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004020)은 남자 양궁단을, 현대모비스(012330)는 여자 양궁단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7일 오후 열린 여자 양궁단체전 시상식에서 세계양궁협회 타이틀 스폰서 자격으로 리우올림픽 마스코트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한국 빙상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운 주역이다. 이 회장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오른 이듬해 박성인 삼성스포츠단 부사장이 대한빙상경기연맹을 맡았고, 이후 김재열 제일기획(030000) 사장에 이르기까지 삼성그룹이 빙상연맹을 이끌어오고 있다.

한국 빙상이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종합 5위에 오르고, ‘피겨 여왕’ 김연아를 배출할 수 있었던 것도 삼성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삼성은 빙상 외에도 레슬링, 승마, 육상 등의 종목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SK(034730)그룹은 한국 핸드볼을 ‘국내 3대 인기스포츠’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8년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취임한 뒤 2011년 서울 올림픽 공원에 핸드볼 전용 경기장을 만들고, 여자 실업구단인 SK슈가글라이더즈와 남자 실업구단 SK호크스를 각각 2011년과 2016년에 창단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리우올림픽 출전을 앞둔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단을 만나 격려했다.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은 한국 사격 육성에 크게 기여했다. 한화그룹은 2001년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강초현 선수가 대전 연고 실업팀이 없어 진로가 불투명해졌다는 사실을 알게된 뒤 갤러리아 사격단을 창단했다. 김 회장은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 회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까지 90여억원의 사격발전지금을 지원했다. 2008년에는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를 창설하기도 했다.

한화그룹 지원에 힘입어 한국 사격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는 금메달 13개를 획득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밖에 승마와 골프 등도 적극 후원하고 있는데, 이번 리우 올림픽에는 김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 팀장이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조양호 한진(002320)그룹 회장은 탁구에 관심을 두고 지원하고 있다. 조 회장은 2008년 7월 대한탁구협회장에 취임한 뒤 선수 육성 외에도 심판과 지도자 양성, 탁구 교류 활성화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에는 모든 탁구 경기를 직접 참관해 화제를 모았다.

한편 LG(003550)그룹은 엎드린 자세로 썰매를 타고 경사진 얼음 트랙을 활주하는 스포츠인 ‘스켈레톤’ 국가대표팀 지원과 세계여자야구월드컵 공식 후원, 대기업 최초 당구대회 및 선수 후원 등에 나서고 있다. LG전자(066570)는 2006년 창단됐으나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스켈레톤 국가대표팀을 지난해부터 3년간 메인 스폰서로 지원하기로 했으며 LG유플러스(032640)는 지난해 말 최연소 국내 랭킹 1위인 당구천재 김행직 선수 후원협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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