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성문재·박종오 기자] 중국인 장하오위(張浩宇) 씨는 지난 2년간 쇼핑을 위해 한국을 드나들었다. 일본에 비해 가깝고 물가가 싸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쇼핑천국’이 된 일본을 여행 후보 목록에 추가했다. 장씨는 한국과 일본을 놓고 최종 목적지를 고민한 끝에 올해는 쇼핑뿐만 아니라 관광까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일본으로 방향을 돌리기로 결심했다.
◇‘거미줄’ 日 항공인프라, 지자체가 만들었다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촘촘하고 풍성한 항공인프라를 구축해놨다.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과 일본으로 한번에 들어갈 수 있는 공항수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한국은 인천·김포·김해·제주 등 주요 4개 국제공항만이 중국 직항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하네다·나리타·간사이·나고야·후쿠오카 등 주요 5개 국제공항뿐만 아니라 시즈오카·히로시마·나가사키·오키나와 등에서도 요우커를 바로 맞을 수 있다.
일본의 탄탄한 항공인프라 구축에는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있다. 직항 노선 운수권이 양국 정부 간 협상을 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정부가 오래 전부터 공을 들인 것이다. 일본 국내선 역시 지자체들이 구축한 거미줄망인 셈이다. 1980~90년대. 일본은 자국국민의 해외여행을 장려하기 위해 현재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지자체는 직접 항공사에 찾아가 신규 노선 개설과 그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제안했다. 더불어 지역주민에겐 다양한 항공여행 기회를 제공했고, 항공사는 지자체 보조금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탑승률이 부진해 운항 중단을 고민하던 일본의 일부 국내노선이 지자체의 제안으로 계속 유지키로 한 경우가 있었다”면서 “지역 수학여행, 공무원 연수 등의 단체 모객을 주선해주겠다는 구체적인 안을 들고 올 정도로 적극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항공사를 상대로 적극적인 운항 노력을 펼치는 경우는 드물다”며 “지방공항을 활성화하겠다는 약속은 있어도 지역사회가 뭉쳐서 직접 행동에 나서는 건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
◇대형사 지원 속 LCC 경쟁력도 급성장
일본 정부도 적극적이다. 나리타·간사이·추부공항 등을 LCC 거점으로 만들며 운항 확대를 적극 지원하는 것. 일본 LCC 피치항공은 간사이공항으로부터 착륙료 면제 혜택을 받으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고 간사이공항 역시 편의점, 패스트푸드점을 확충하고 대중교통수단을 늘려야 할 정도로 이용객이 많아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본 LCC는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 공항에만 집착하지 않고 소형기로도 아시아 일대를 운항할 수 있는 오키나와를 중간거점으로 활용한다”며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공항 입국심사시간 20분 이하 단축’과 같은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육지과 바닷길 인프라에서도 일본은 한국보다 월등히 앞선다. 철도망이 대표적이다. 2011년 기준 일본의 철도 선로 연장은 총 2만 140㎞. 한국(3637㎞)의 5배가 넘는다. 198개 철도 사업자(2012년 국토교통성 조사)가 깐 노선이 일본 주요 공항과 도심, 관광지를 실핏줄처럼 연결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일본 철도 인프라 경쟁력은 세계 1위. 철길은 최근 급증하는 중국인 자유여행객을 일본 구석구석으로 이끄는 발 역할을 하고 있다.
오사카만 해상의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한 요우커 사례를 보자. 여기서 오사카 최대 관광명소인 도톤보리까지 난카이 라피도(급행)을 타면 환승없이 이동할 수 있다. 43.4㎞를 52분만에 주파한다. 도톤보리에서 다시 주요 관광지인 교토역(42.8㎞)과 고베역(33.1㎞)에 가려면 JR 특급 및 쾌속 열차를 갈아타 30분 안팎만 달리면 된다.
하지만 한국 사정은 딴판이다. 수도권만 벗어나면 관광지 접근성이 형편없이 떨어진다. 예컨대 청주국제공항에서 불과 33.2㎞ 떨어진 속리산국립공원을 찾아가려면 버스만 2회 이상 환승해야 한다. 일반버스와 시외버스, 농어촌버스를 번갈아 갈아타며 이동하는 데만 3시간 이상 걸린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국내 교통정보 등을 제공하는 서울 명동관광정보센터 관계자는 “경기와 부산 등을 제외하고 지방을 여행하는 요우커를 한 달에 한 명 볼까 말까하다”며 “지방관광지의 대중교통은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다닐 만큼 열악해 기차역에에서 차라리 택시를 타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크루즈 기항 국내 3곳 불과…반나절 관광 ‘끝’
‘바다 위 호텔’이라는 크루즈산업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일본은 이미 요코하마를 비롯해 연간 크루즈가 30대 이상이 기항하는 부두가 20곳이 넘는다. 일본 국적을 가진 자체 크루즈 선사도 네 곳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올해 초부터 크루즈 탑승객에 한해 무비자 정책을 시행하고, 최근 항만 안에 임시 면세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까지 바꿨다. 양질의 인프라와 엔저라는 날개를 달고 관광객 유치 공세에 나선 셈이다.
국내 항구를 모항(관광을 시작하는 항만)으로 삼는 국적 선사 없이 부산 동삼동, 인천, 제주 등 3곳에만 크루즈가 머물다 가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인천과 제주 부두의 경우 주변이 허허벌판인 화물부두를 사용하는 처지다. 그나마 정부는 내년까지 크루즈 전용 부두 5곳을 추가 조성하고 기존 부두 2곳도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기초적인 시설 보완은 이룰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국내에 입항한 크루즈의 기항지 관광 프로그램이다. 짧게는 2시간 30분에서 5~7시간 정도만 머물며 관광지보다 면세점 방문 등 쇼핑에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윤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기항지 관광상품을 크루즈 비용에 포함해 덤핑 판매하는 저가상품이 난립하면서 제대로 된 관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 여행사들이 크루즈 관광객을 모은 중국 여행사에 웃돈을 주고 요우커를 데려와 쇼핑관광에 몰방하며 수수료를 챙기는 육상 관광의 관행이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 조사에서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이 “국내 관광지가 흥미롭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지난해 24.4%로 1년 전(19.6%)보다 높아졌다. 이에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항만실장은 “관광업계와 지방자치단체, 정부가 함께 시장을 세분화해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관광상품을 다양화하는 등 요우커를 붙잡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관련기사 ◀
☞ [한국관광위기①] 요우커 모셔가는 日…쳐다만보는 韓
☞ [한국관광위기③] 韓 고급호텔만 늘어…한옥상품 바늘구멍
☞ [한국관광위기④] "日 바꿀 건 다바꿔 " "韓 말로만 미래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