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공군 장교 출신인 B씨는 군 관련 건축과 관련된 국방시설본부와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단에서 일한 바 있다. 그는 올해 2월 초 전역 하루 만에 모 건설사에 입사했다. 이 회사는 주한미군기지 시설 이전사업 중 일부 공사를 수주한 곳이다. 최근에는 컨소시엄을 구성, 국방시설 이전사업에 뛰어들었다. B씨는 임원으로 승진했다.
국방부는 가장 많은 공직자가 재취업 심사를 받는 곳이다. 지난 5년간 국방부와 산하기관 및 단체에 소속돼 있던 군인·공무원·군무원 중 319명이 퇴직 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 심사를 받았다. 재취업 심사를 받은 전체 공직자(1418명)의 22.4%에 달한다. 이들 319명 중 12.5%(40명)는 심사에서 탈락했다.
재취업 성공 3명 중 1명은 ‘잠재적 군피아’
재취업 심사를 통과한 이들 중에서도 전 직장과의 업무 연관성이 높은 회사로 이직한 이들이 적지 않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09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5년간 정부의 취업제한 심사를 통과해 민간 기업에 취직했지만 군과 유착해 활동할 가능성이 높은 군 출신 퇴직 공직자는 101명이나 된다.
실제 재취업 직장 내 업무가 퇴직 전 맡았던 업무와의 연관성이 명확한데도 공직자윤리위의 재취업 심사에서는 합격점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심사 기준이 모호하고, 윤리위원의 재량권이 광범위한 탓이다.
지난 2010년 해군 A제독은 각종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회사에 취업하려다 재취업 심사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공직자윤리위는 같은해 A제독이 차기상륙함(LST-II) 건조사업 우선 협상자에 선정된 조선회사의 고문으로 취업할 때는 이를 승인했다.
해군의 한 예비역 제독은 전역한 지 3개월 만인 2010년 11월 정밀타격 무기 제조회사에 자문위원으로 위촉돼 3년 근무했지만 재취업 심사는 올해 초에야 이뤄졌다.
‘선(先) 취업 후(後) 보직 이동’ 편법도
구멍 뚫린 재취업 심사만 통과하면 이후엔 더 이상 통제 장치가 없다는 것 또한 문제다. 정부는 퇴직 공직자의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재취업 후 후속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다. 이렇다 보니 퇴직 전 업무와 무관한 계열사나 부서에 우선 취업한 뒤 재취업 심사 통과 후 관련 부서로 이동해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한다.
정부 관계자는 “공직에 있을 때 업무와 관계가 있으면 취업 제한을 받다보니 업무와 무관한 부서에 취직하는 것처럼 속여 심사를 통과한 후 다시 정부와 유착된 업무를 담당하는 사례가 꽤 있다”며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퇴직 후 민간인 신분이 된 이들을 관리하거나 제재할 수 있는 마땅한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통영함과 소해함에 들어가는 군 장비 납품 과정에서 로비를 벌인 군수업자들이 구속 기소되는 등 방산 비리의 민낯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군 또한 방산 비리 차단을 위한 일환으로 군피아 차단을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섰다. 군은 퇴직자의 취업 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업체들이 불법 취업을 알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개인 정보라는 이유 등으로 군에서는 퇴직자 관리가 아닌 현황 파악만 가능했다”며 “취업 비리업체를 적발해내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