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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성공적인 데뷔 이후 슬럼프에 빠져 있는 시나리오 작가. 우연히 읽게 된 제자의 뛰어난 시나리오 한 편을 읽고 작품을 훔치기로 결심한다.”
유명 작가와 제자 간의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배경으로 삼은 스릴러 연극 두 편이 올여름 관객을 찾아왔다. 내달 21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2관에서 공연되는 코미디스릴러 장르의 ‘데스트랩’과 29일부터 9월 21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무대에 오르는 심리스릴러 ‘도둑맞은 책’이다. 유명 작가와 그 제자라는 유사한 관계설정과 내용에서 출발하지만 스토리 전개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데스트랩’은 결과를 알 수 없는 반전의 묘미를, ‘도둑맞은 책’은 아예 결과를 내놓고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두 작품 모두 초연이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데스트랩’
살인, 배신, 욕망. 김수로프로젝트 9탄으로 선보이는 ‘데스트랩’은 얼핏 공포감을 주는 이 단어들을 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무섭기만 한 건 아니다. 코미디 요소를 적절히 섞은 연출로 공연을 보는 내내 긴장과 이완을 유지시키는 것이 특징. 김지호 연출은 “코믹과 스릴러를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두 가지 요소가 교묘하게 결합돼 있다”며 “매공연마다 관객이 웃는 포인트가 다르다. 작품 자체가 주는 아이러니가 있다”고 말했다.
등장인물은 모두 반전을 가지고 있다. 관객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예기치 못한 한방을 터뜨리는 식이다. 심령술사 헬가 텐 도프와 변호사 포터 밀그림은 코미디 요소를 극대화 시키는 인물들이다. 괴기스러운 옷차림으로 등장하는 헬가는 “이 방에 이상한 기운이 감돈다”며 긴장감을 유발하다가도 “내일 내가 나오는 TV 프로그램 꼭 챙겨 보라”고 말해 실소를 자아낸다.
김 연출은 “가장 자극적인 장면이 시작되기 전에 관객이 크게 웃도록 장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첫 번째 반전이 나오기 전 관객들은 방심한 채 마음껏 웃다가 반전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김 연출은 이것이 바로 ‘데스트랩의 법칙’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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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의 기억을 좇다…‘도둑맞은 책’
작품은 밀폐된 공간에서 두 남자가 펼치는 치열한 2인극으로 각색됐다. 연극 ‘필로우맨’ ‘날보러와요’와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등에서 섬세한 표현력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력을 보여준 변정주가 맡았다. 보통의 스릴러가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공포심을 유발한다면 ‘도둑맞은 책’은 먼저 범인을 알려주고 그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풀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변정주 연출은 “일부러 깜짝 놀라게 하거나 억지스럽게 분위기를 꾸미진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 굉장히 조용하고 침묵도 많다. 비명을 지를 일도 없다. 범인의 행동을 이해하면서 심리적으로 깨달아가는 과정이 포인트가 될 것이다.” 결국 배우들에 집중해서 따라가다 보면 스릴러가 주는 긴장과 함께 재미까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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