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에 상장한 넥슨 역시 다르지 않다. 야심 차게 한국 증시를 저버리고 일본 증시에 상장했건만 주가로만 보면 공모가 대비 30~50% 하락.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를 하회하고 있다. 사실상 일본에서의 기업공개(IPO)는 실패작이다. 이외에도 엔씨소프트, 게임하이, JCE 등과 같이 인수·합병(M&A)을 한 회사들의 주가는 반 토막 이상 난 상황이다. 그야말로 ‘마이너스의 손’이 따로 없다.
엔씨소프트 인수 과정에서 김택진 대표의 급작스런 지분 매각과 이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은 증시에 강력한 타격을 줬다.
NHN의 경우 모바일메신저 ‘라인(LINE)’이 일본 시장에서 성공했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카카오톡이라는 매우 강력한 경쟁자의 탄생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모바일 광고 역시 예상보다 성장이 더디다. 다음은 초기 모바일 시장에서 NHN을 능가하는 속도를 보이더니 다시 NHN에 뒤처지는 모습이다. 과거의 UCC 트렌드의 실패를 재현할까 우려스럽다.
최근 인터넷 기업들의 이러한 모습들은 기본적으로 그동안 10년간 안정된 내수 시장에서 과점 사업자로서 여유롭게 성장하다 보니 경쟁에 대해 무뎌지고 시장 환경에 대한 치열한 인식이 부족했었던 것에 기인한다.
그러나 최근 기존 비즈니스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것으로 안이하게, 또 긍정적으로만 생각했던 모바일 산업이 이에 경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모바일은 온라인보다 단가가 낮고 조작계가 다르며 보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참을성이 짧다. 그리고 PC와 같은 중앙 집중화된 생태계 역시 아니다. 모바일은 닌텐도와 소니, 모토로라, 노키아를 죽였다. 이들과 비교해 중소기업 수준밖에 안 되는 국내 기업들에 미칠 영향은 더 클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기존 온라인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모바일로 변경하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이는 모바일 회사들에도 적용되는 금언이다. 비록 온라인 기업들보다 운신의 폭이 넓고 잃을 게 없다고는 하지만 10년 전 초고속 인터넷 보급 초기에 큰 기대를 받았다가 지금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간 기업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한때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할 것처럼 보였던 새롬 다이얼패드는 지금 어떠한가? 모바일 환경은 여전히 초기 국면이다. 지금껏 거둔 성과를 가지고 만족하기에는 뒤에 올 파도의 높이가 너무도 높다.
이는 그동안의 성공 스토리로 골방에서 자기 만족감에 사는 국내 기업들에 강력한 시사점을 준다. 혼자서 잘할 수 없으면 뭉치기라도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편안해서 인터넷 기업에 취업했다, 혹은 인터넷 기업에 취업하고 싶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느슨해진 조직을 추스르고 글로벌 모바일 트렌드 리더들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크하고 인수 합병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 중 의미 있는 해외 모바일 기업 M&A는 넥슨의 글룹스 인수가 거의 전부라는 점도 답답하다. 지금은 넉넉한 현금을 금고에 재워 놓거나 배당이나 자사주를 살 때가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PC에서 성장했던 패러다임을 버리지 않으면 스마트폰이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허를 찌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