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SPN 이석무 기자] 이승훈(22.한국체대)이 스피드스케이팅 1만m의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실력과 함께 행운이 함께 따라준 결과였다.
이승훈은 24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12분58초55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총 8개조 가운데 5조에서 레이스를 펼친 이승훈은 기대 이상의 역주를 펼치며 중간순위 1위로 뛰어올랐다. 종전 올림픽 최고기록은 12분59초92보다 1초37이나 앞선 올림픽 신기록이었다. 자신의 최고기록이자 아시아 최고기록인 13분21초04보다도 22초 이상 기록을 앞당겼다.
하지만 이승훈의 금메달 기대는 마지막 조에 출전한 세계신기록 보유자 스벤 크라머(네덜란드)의 레이스를 펼치면서 점점 물거품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크라머는 가장 빠른 기록으로 레이스를 마친 뒤에도 웃을 수 없었다. 굳은 표정으로 가뿐 숨을 몰아쉰 크라머는 코치와 잠깐 얘기를 나누더니 불같이 화를 내고선 자신의 고글을 집어던졌다. 실격 사실을 뒤늦게 안 것.
실격 이유는 레인을 침범했기 때문. 크라머는 레이스 중반 3코너를 도는 도중 아웃코스에서 인코스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그만 지정된 위치를 지나서 코스를 전환하는 바람에 오른쪽 다리가 아웃코스와 인코스 경계를 완전히 넘어섰다.
이를 정확하게 본 심판진은 레이스가 끝난 뒤 실격을 선언했고 이승훈의 금메달을 인정했다. 먼저 레이스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던 이승훈은 크라머가 자신보다 빠른 기록을 내자 은메달에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크라머의 실격으로 금메달이 확정되자 코칭스태프와 뜨겁게 포옹하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대표 탈락의 아픔을 딛고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엄청난 땀을 흘렸고 밴쿠버에서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쳤다. 1만m 금메달은 이승훈의 열정과 노력에 하늘도 박수를 보낸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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