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1시간 동안 이어진 이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의 오찬 회동은 한국문화에 대한 환담이 오가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어졌다.
이날 오찬 메뉴로는 갈비구이와, 게살 밀쌈말이, 잣죽, 삼색전, 야채잡채, 오미자, 고구마, 곶감, 김치 등이 나왔는데, 이 대통령이 먼저 김치 자랑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김치가 과학적으로 만들어졌고 건강에도 좋은 한국 전통음식"이라면서 "오바마 미 대통령도 전화통화에서 불고기와 김치를 하와이에서 즐겨 먹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클린턴 장관은 여성답게 몸매관리에 관심이 있는 듯 "나도 다이어트에 좋은 건강식으로 알고 있다"며 김치를 "매직 푸드"(Masic Food)"라고 불렀다.
그러자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도 가세해 "과거 충남 예산에서 평화봉사단원으로 봉사할 당시 김치를 많이 만들어봤다"며 김치 만드는 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번에 이라크 대사로 내정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역시 한국통임을 과시하듯 김칫독의 깊이까지 소개하는 해박한(?) 지식을 뽐내 폭소를 자아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며 거의 200년 된 소나무로 만든 친환경 전통가옥"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븐스 대사도 "주한 미 대사관저도 한옥"이라며 "전세계 재외 공관 중 드물게 주재국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거들었다.
클린턴 장관은 오찬에 앞서 이 대통령과 가진 접견에서도 이화여대와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이화여대 설립자인 스크랜턴 여사는 펜실베이니아 출신으로 클린턴 장관의 아버지와 동향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힐 차관보와 스티븐스 대사와도 농담을 던지며 친근함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힐 차관보에게 "남북문제에서 벗어나게 돼서 시원섭섭하겠다며 수고했다고"말하자 힐 차관보는 "한국의 사촌인 북한과 일하는 것이 상당히 쉽지 않았지만 미 정부를 대표해 일하게 된 건 영광이자 특권이었다"고 화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바그다드에 가더라도 한국과 한반도를 잊으면 안된다"고 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이어 클린턴 장관은 이 대통령이 스티븐스 대사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스티븐스 대사는 감투가 두 개(dual hat)"라며 "이번에 한국에 와보니 스티븐스 대사가 미국 대사이자 한국 대사인 걸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정말 맛있는 오찬과 풍요로운 대화를 했다"며 "한국 국민들이 환대해주시고 오늘 신문에도 사진이 크게 나와서 깜짝 놀랐다"면서 감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