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첫 중기중앙회 방문…‘전체공개’ 간담회 택한 오영주의 ‘소통’

오영주 장관, 중기중앙회 간담회 전체공개 회의로 진행
앞서 최상목 부총리, 이정식 고용장관, 김윤상 조달청장 등은 간담회 비공개
질의·건의사항 및 장관의 즉답 등 현장 목소리 생생 청취 가능
소통 중시하는 오영주 장관 광폭행보 주목
  • 등록 2024-01-29 오전 6:00:00

    수정 2024-01-29 오전 6:42: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기자분들 나갈 때를 기다렸는데… 허허.”

지난 24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초청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 회의를 주재하려다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날 오 장관의 간담회가 전체공개인 것을 잠시 잊고 회의장을 정돈하려다 머쓱한 웃음을 보인 것이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그도 그럴것이 앞서 중기중앙회가 정부부처의 장(長)들과 진행한 간담회는 대체로 모두발언만 공개됐고 본회의는 언론이 이석한 뒤 이뤄졌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윤상 조달청장 등 최근 1~2개월 내 있었던 간담회가 모두 같은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가 전체공개로 진행된 데는 취임 후 여의도 중기중앙회를 처음 찾은 오 장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장 일정에서 나오는 소통은 공개해야 한다는 게 오 장관의 생각”이라고 귀뜸했다.

간담회가 공개되자 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할 수 있었다. 건의에 나선 한 중소기업계 대표는 권칠승 전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행태를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21년 변경된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 절차가 행정 부담을 늘린다며 “권 전 장관이 가시는 날 이것을 받고 가셨다”면서 개정 과정까지 에둘러 비판했다.

김 회장은 농담을 섞어 정부 부처 간 칸막이를 힐난했다. 그는 “이영 (전 중기부) 장관, 방문규 (전 산업부) 장관과 함께 간담회를 하기로 했는데 둘 다 그냥 가버렸다”라며 “산업부, 중기부 장관이 간담회를 해서 간부들까지 함께 공유하면 시너지가 클 텐데 두 부처 사이가 별로 안 좋다”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김 회장은 아울러 오 장관이 중기중앙회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의 간담회 가능성을 시사하자 “(중소기업) 수출이 굉장히 필요하니까 외교부와 같이 한 번 간담회를 하는 건 굉장히 좋을 것 같다”고 반색했다.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가 언론에 낱낱이 공개되면서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 개정 요청’과 같은 다소 딱딱한 건의사항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외교부 장관으로는 이색적으로 취임 이후 첫 일정을 벤처·스타트업 신년회에 참석한 조 장관이 중소기업계에 관심이 많다는 것 역시 재확인할 수 있었다.

오 장관은 취임 이전 후보자 신분일 때부터 줄곧 ‘우문현답’을 강조해왔다. ‘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오 장관은 소상공인부터 벤처·스타트업계, 중소기업계를 두루 찾았고 공단 등 일선 현장도 자주 둘러봤다. 현장은 대체로 ‘전체공개’로 진행됐다. 현장에서의 ‘소통’을 투명하게 공개하려는 오 장관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는 셈이다.

오 장관의 소통 의지는 진심이다. 소상공인들과의 정례 협의체를 매달 하기로 한 데 이어 중소기업계에도 정례적 모임을 제안했다. 간담회 이후 현장에 참석한 관계자들과 오찬을 진행하면서 오 장관이 먼저 정례적인 모임을 제안했고 김 회장이 흔쾌히 동의하면서 정례 협의체가 구성됐다. 첫 모임은 오는 3월 4일께 만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장 목소리를 중시하는 오 장관의 행보가 중소기업계는 물론, 벤처·스타트업, 소상공인을 모두 웃게 만드는 정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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