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체구의 배윤슬(28·사진) 씨가 직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말했다. 그의 직업은 도배사다. 그는 “어렸을 때 종종 ‘공부 열심히 안하면 여름에는 더운 곳에서 일하고, 겨울에는 추운 곳에서 일한다’는 말을 듣곤 했다”면서 “건설 현장은 이 말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고 말했다.
배 씨는 소위 ‘SKY’(스카이)로 불리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출신이다. 졸업 후에는 안정적인 사회복지사로 어엿한 직장 생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2년 만에 사표를 내고 도배사가 돼 건설 현장에 뛰어들었다.
배 씨가 도배를 한다고 했을때 그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같은 도배사 중에서도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더 나은 직장이나 직업을 택할 수 있을텐데 왜 이런 험한 일을 하냐는 것이다. 배 씨는 어떻게 도배사라는 일을 시작했는지부터 건설 현장의 이야기를 풀어낸 책 ‘청년 도배사 이야기’(궁리)를 출간했다. 최근 출판사와 책을 통해 만난 배 씨는 “그들에게 ‘더 좋은 일’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다”고 오히려 반문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직접 몸을 쓰는 직업을 두고 점점 도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하지만 배 씨는 “아직까지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며 “도배는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답한다. 도배사는 기계 속 데이터나 기계의 계산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몸만으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 몸만 있다면 어디에 가서든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며 “그 사실이 꽤나 든든하다”고 자부했다.
막상 시작한 도배는 녹록지 않았다. 배 씨는 “‘도배는 십중팔구 시작한 후 한 달 내에 그만두게 된다’는 말을 금방 알 수 있었다”며 “어깨, 손목, 손가락부터 허리 무릎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고 피곤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현재도 매일같이 새벽 5시에 나가서 저녁 8시는 넘어야 집에 들어오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고 배 씨가 도배를 평생 직업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는 도배를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로 인테리어와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꼽으며 “지역의 특색에 맞게 꾸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직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함께 살 집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도배라는 일에 도전한 걸 후회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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