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초현실주의 밥상… 레진 ‘차린 건 없지만’

일상툰 대표작가 심모람 신작, ‘일상+음식’ 엮어
화려한 음식대신 일반사람들이 먹는 ‘끼니’ 그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웹툰, 공감 이끌어
  • 등록 2020-09-05 오전 6:00:00

    수정 2020-09-05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레진엔터테인먼트


◇레진 ‘차린 건 없지만’


음식 관련 웹툰은 이제 국내 만화계에서도 빼놓지 말아야 할 주류가 됐다. 웹툰 특유의 화려한 색감으로 꾸며진 음식들을 보면 누구든지 군침을 흘리게 된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을 건들이는만큼 몰입도도 상당하다. 다른 장르물처럼 큰 스토리 라인이 없더라도 음식을 매개로 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독자들은 음식 웹툰을 접할 시 크게 2가지 요소에 집중한다. 그동안 먹어보지 못한 진귀한 음식들에 대한 판타지, 그리고 우리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흔한 음식을 통한 공감이다.

레진 ‘차린 건 없지만’은 후자에 집중한 웹툰이다. 가식을 모두 덜어내고 일반 사람들이 집에서 어떻게 끼니를 때우고 사는 지를 초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이 웹툰은 ‘수줍어서 그래’, ‘멍멍냠냠’ 등 따뜻한 그림체와 이야기를 전하는 일상툰 대표작가인 심모람이 레진에서 연재하는 세 번째 신작이다. 심 작가는 ‘차린 건 없지만’을 두고 ‘먹는 것을 주제로 한 생활만화’라고 표현한다. 이 웹툰엔 다른 음식 웹툰처럼 화려한 음식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 끼니를 때우기 위한 용도인 음식들이 등장한다. 단순 끼니 때우기용이라곤 하지만 요리 과정을 보면 음식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겼다.

‘차린 건 없지만’은 웹툰 제목처럼 큰 힘을 뺀 작품이다. 특별한 포인트는 없지만 독자들이 그만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일상툰’이다. 웹툰에 등장하는 음식들 하나하나마다 작가의 주관이 묻어져 나오고 이에 독자들은 ‘아! 나도 집에서 저런 생각을 하는데’ 라며 공감을 얻는다. 예컨대 옛날소세지 편이 대표적이다. 어릴 때 먹던 ‘분홍색 소세지’의 맛을 생각하며 집에서 먹어보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영 맛이 없다. ‘추억 보정’ 탓이다. 그러면서도 웹툰 속 작가는 매년 옛날소세지를 먹는다. 이 같은 경험과 추억이 있는 독자들이 많을테다. 일반 사람들의 일반적인 이야기를 다루며 공감을 극대화한 포인트다. 심 작가 특유의 따뜻한 작화도 웹툰 분위기에 큰 효과를 준다.

한편 ‘차린 건 없지만’은 1화 ‘수프에 밥’을 시작으로 ‘명란마요김밥’, ‘어묵탕’, ‘삶은 달걀’, ‘김치찌개’, ‘다쿠아즈’, ‘옛날 소시지’ 등 매 에피소드마다 작가의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들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연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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