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희가 쏘아올린 '재산세 감면'…다른 자치구 동참할까

조은희 “공시가 9억 이하 1주택자 재산세 50% 감면”
지방세법 따라 지방정부가 재산세율 조정 가능해
‘재난 상황’ 인지 여부가 관건…타지자체들 이견
“지방재정 자립도 취약…대상·감면율·기간 정해야”
  • 등록 2020-08-17 오전 8:30:00

    수정 2020-08-17 오후 10:03:19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 규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재산세 감면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조은희 서초구청장입니다. 그는 최근 본인 페이스북에서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 보유자에 대상으로 재산세 50% 감면을 추진한다”고 작심 발언을 했습니다. 정부가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내세워 급격한 공시가 인상에 나선 영향으로 장기 보유 1주택자의 세부담이 너무 높아졌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서초구 제공)


물론 공시가격 9억원이라는 금액대가 낮은 가격대는 아닙니다.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약 70% 인 점을 감안하면, 공시가 9억원 아파트의 시세는 약 13억원 정도입니다. ‘시세 13억원의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에게 왜 세금을 깎아주느냐’라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다만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아파트 가격을 가격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를 차지하는 중앙값)이 9억원,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넘을 정도로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수십년간 1주택을 유지하며 살아오거나, 은퇴 후 소득이 없는 1주택자에 대해서는 급격한 세금 인상이 너무 가혹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실제 서초구만 놓고 보면 이 지역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전체 주택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습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최근 3년간 60% 급등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서초구 주택 소유자의 재산세 납부액은 72%나 올랐습니다.

서울 지역 아파트 전경.(연합뉴스 제공)


그렇다면 과연 재산세 감면은 현실성이 있을까요?

서초구에서는 공시가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에 해당하는 가구가 약 5만 가구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서초구에서 재산세를 내는 전체 13만7000가구의 36% 수준입니다. 이들에 대해 평균 20만원선에서 세금을 환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조 구청장은 설명합니다.

이에 대해 다른 자치구들도 동참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서 중앙 정부에서도 재산세 인하를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데다 코로나19로 실직되거나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어서입니다.

각 구청장들은 아직까지 유보적인 입장입니다. 지난 13일 서울시청에서 8·15 광화문 집회 철회를 주제로 한 기자회견에서 이동진 도봉구청장(서울시구청장협의회 회장)은 “(조 구청장이 말한)실수요자, 장기 보유자인 1주택자에 대한 세금 감면에 대해서는 정부도 그렇고 구청장들도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인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8·15 서울 대규모 집회 철회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원오 성동구청장, 김영종 종로구청장, 이동진 도봉구청장, 김수영 양천구청장, 이승로 성북구청장.(사진=뉴스1)
다만 이 구청장은 “재산세 감면의 법률적 근거에 대해서는 명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실제 지방세법 제111조에 따르면 정부가 제시한 재산세율에 대해서 지방정부가 가감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다만 재정수요가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되거나 또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를 근거를 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현 상황이 재산세 감면이 기준이 되는 ‘재난 상황’에 준하는 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구청장은 또 지방정부 재정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전국 시·군·구 재정자립도는 20%, 서울 지역은 28.4%에 불과합니다. 지방세에 해당하는 재산세를 조정하면 지방정부 세입이 더욱 줄 수 있기 때문에 수혜 대상자나 감면율, 지자체 재정보전 방안 등에 관해 중앙 정부와 다양한 협의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청장은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재산세 인하라는 큰 기조에는 동감하지만 당장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당장 실행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상대로 얼마나 재정을 보존해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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