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끼니 숙명서 허우적대는 유약한 인체"…좌혜선 '몬스터 댄싱'

2019년 작
가혹한 일상 이기려 몸부림치는 자화상
산업재해 희생 당한 노동자들 떠올리며
진한 목탄드로잉으로 강렬한 흑백 대비
  • 등록 2020-03-24 오전 12:54:42

    수정 2020-03-24 오전 12:54:42

좌혜선 ‘몬스터 댄싱 #1’(사진=좌혜선)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검은 배경에 허옇게 엉킨 뭔가가 눈에 꽂힌다. 형상을 바삐 좇지만 쉽지가 않다. 하나는 분명하다. 편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어둠에 갇힌 저들이 대체 누구길래. ‘몬스터 댄싱 #1’(Monster Dancing #1·2019)이라니. 정말 ‘춤추는 괴물’인 건가.

결국 답은 작가 좌혜선(36)에게서 들었다. “동료를 잃은 일터로 다시 나가야 하는 한 사람의 저항할 수 없는 끼니의 숙명”이라고. “그 안에서 허우적대는 유약한 인체가 보였다”고.

작가는 오래 전부터 ‘저마다 사정을 가진 사람’에 관심을 가져왔다. 한적한 공원이나 텅빈 도심 거리에서 그들을 찾아내 무기인 목탄드로잉으로 긋고 문지르는 일이었다. 그러곤 여기까지 왔나 보다.

연작 ‘몬스터 댄싱’은 소설가 김훈의 칼럼에서 착안했단다. 고공 건설노동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내용. “어느 한 사람의 생을 명확히 그리려 애써왔다”는 그이의 오랜 작업이 마당을 넓혔다.

28일까지 부산 중구 동광길 오픈스페이스 배서 여는 개인전 ‘971,855,500’에서 볼 수 있다. 숫자는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수. 2018년에 971, 지난해에 855, 또 500은 2022년까지 줄이겠다는 정부 목표라고 작가는 이른다. 장지에 목탄·분채채색. 162×130㎝. 작가 소장·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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