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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쉿!” 소리는 없어도 들린다. 입단속을 시킬 만큼 조심스러운 일이 있나 보다. 끈 달린 모자를 깊이 눌러쓴 노인의 비밀스러운 행보. 어디로 가는 중인가. 누굴 만나나. 팔에 걸린 비닐봉지까지 궁금하다. 한쪽에 삐죽 솟은 가느다란 풀 한 포기가 거친 밭 한가운데라는 걸 짐작케 할 뿐.
결국 힌트는 작품명에서 나왔다. ‘옥수수밭에서 비밀스런 데이트’(2017)라고. 작가 감만지는 노인의 초상을 즐겨 그리는 신진작가다. 계기가 있단다. 어릴 때부터 함께한,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는 할아버지가 병상에 눕게 되면서부터라고.
굵직한 선, 거친 바탕 등 얼핏 목판화 느낌이나 콜라그래피로 제작한 작품이다. 종이·헝겊·나뭇잎 등 사물을 배치하고 잉크를 칠해 찍어내는 볼록판화 기법이다.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방배로 유중아트센터서 여는 ‘2019 유중 신진작가 공모전 장려상 감만지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콜라그래피. 78×54㎝. 작가 소장. 유중아트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