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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조성욱(55)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를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규제 타파 역할을 동시에 해낼 적임자로 판단했다. 조 후보자는 서울대와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현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배구조 전문가…“특혜로 성공한 대기업, 책임 물어야”
조 후보자의 전문 분야는 재벌정책과 기업지배구조다. 지난 2003년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및 수익성’ 논문이 대표적이다. 조 후보자는 이 논문에서 재벌의 기업지배구조가 과도한 부채에 의존하면서 1997년 한국 경제위기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 논문은 금융경제학 저널(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지내던 지난 2003년 발표한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정책의 평가 및 과제’에서 조 후보자는 “경제력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시장규율을 통해 치유하기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효과가 더디다”며 “한시적이나마 정부가 일정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면 출자총액제한 등의 규제가 설득력을 갖는다”고 썼다.
비교적 최근 발표한 글에서도 비슷한 기조를 엿볼 수 있다. 조 후보자는 2012년 발표한 논문 ‘대규모기업집단 정책의 새로운 모색’에서 “대기업 때문에 기회조차 받지 못한 기업과 경제주체들에게 보상해야 한다”며 “특혜를 받아 성공한 대기업에게는 사회적·도덕적 책임은커녕 법적 책임조차 제대로 묻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공정위는 김상조 전 위원장 재임(2017년 6월~2019년 6월) 당시 재벌개혁을 위해 기업집단국을 신설했다. 기업집단국은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며 대기업 부당지원과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을 조사해왔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청와대로 떠나며 기업집단국을 이끌어온 간부들이 교체되는 등 힘을 잃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조 후보자가 다시금 재벌개혁 기조를 강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규제개혁에도 목소리 내와…두 마리 토끼 잡을까
조 후보자는 ‘대규모기업집단 정책의 새로운 모색’에서 정부가 수출대기업보다 국내경제에 전후방 연관효과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며 “정치권이 개입해 만든 벤처 붐이나 IT 버블이 아니라 창의적 기업이 생겨나는 기업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수의 창의적 기업이 시장에서 생겨나 혁신을 주도하고 성장하는 시스템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혁신정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한편 조 후보자는 지명 후 “공정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청문회 준비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9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조 후보자를 지명하며 “기업지배구조와 기업재무 분야의 전문가”라며 “뛰어난 전문성과 개혁 마인드를 바탕으로 공정경제를 우리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