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단지도 급매물 속출.. 금가는 '강남 불패 신화'

양도세 중과 폭탄 '째깍째깍'
반포 등 알짜 아파트 한달새 1억↓
강남4구 아파트값 상승률 크게 둔화
급등 피로감에 대출 규제 겹치고
4월 양도세 중과 앞두고 매물 늘어
이달 안에 약세 전환 관측도 솔솔
  • 등록 2018-03-22 오전 5:20:00

    수정 2018-03-22 오전 5:20:00

그래픽=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강남권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한강변에 우뚝 솟은 이 아파트는 세련된 외관과 국내 최고 수준의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데다 교육·교통·생활인프라가 집중된 알짜 부지에 들어서 강남 최고 부촌인 반포동에서도 대장주로 손색이 없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등 각종 규제에도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해 3.3㎡당 매매가격이 지난달 초 8120만원(전용면적 84㎡ 기준)까지 치솟았다. 이는 분양가(3.3㎡당 3830만원)를 2배나 훌쩍 넘은 수준이다. 전용 84㎡형 기준 아파트값이 무려 27억원에 달한다.

이런 아파트가 지난달 중순 이후 매매값이 꺾이기 시작했다. 최근 한달 새 시세가 1억원이나 떨어졌지만 매수자를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연이은 정부 규제를 견디지 못하고 일부 다주택자들이 급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서 소화를 못하고 있다”며 “이번 상황이 매매 거래 절벽으로 이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철옹성 같이 버티던 강남권 랜드마크 단지들이 최근 고개를 떨구고 있다. 강남 도곡렉슬, 서초 아크로리버파크, 송파 잠실엘스 등이 대표 단지들이다. 이들 아파트는 최근 시세가 최대 1억원 가량 빠졌지만, 매수세가 주춤한 영향으로 매매 거래는 뜸하고 매물이 점차 쌓이고 있다. 올 들어 재건축 시장 규제(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안전진단 기준 강화, 이주 시기 조정 등)가 쏟아지면서 기존 강남권 아파트 시세를 주도했던 랜드마크의 희소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1억원 내린 급매물에도 거래 ‘뚝’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값은 지난달 12일 이후 이달 12일까지 한달 연속 상승폭이 크게 줄고 있다. 이 기간 서초구 아파트값 변동률이 0.20%에서 0.03%로 6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을 비롯해 강동구(0.71%→0.10%), 송파구(0.38%→0.06%), 강남구(0.46%→0.13%) 등도 상승률이 크게 둔화됐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안에 강남4구 아파트값이 약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강남권은 단기 아파트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대출 규제, 금리 상승 등의 리스크가 겹치며 매수세가 주춤한데다 4월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와 갭투자자의 매물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어도 올해까지는 가격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학군 수요로 매물이 귀하던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59㎡형 시세는 지난달 14억~15억원에서 이달 13억~13억5000만원으로 한달 만에 1억원 가량 떨어졌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당장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잔금을 바로 치르면 계약이 가능한 급매물이 지난달부터 나오고 있다”며 “현 시세보다 더 싼 값에 나온 매물을 사들이려는 매수자들의 문의전화만 간간히 걸려온다”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의 경우 시세가 한달 전에 비해 1억2000만 가량 내린 16억3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3월 말 이전에 잔금을 치룰 경우 동일 평형대 물건을 16억원에 매수할 수 있다.

입주폭탄·대출 규제·금리 인상 ‘태풍의 눈’

올해 대규모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나타난 전셋값 하락 여파가 매매시장에 영향을 줄 지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말부터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역전세난(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많아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서울 변두리를 비롯해 강남권으로 번지면서 매매가격 조정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즉 ‘전세값 하락→ 급매물 증가→ 매매가격 하락’ 패턴이 전개되면서 서울 강남권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세 계약 때 자금 부담을 버티지 못한 갭 투자자들이 급매물을 동시다발적으로 내놓게 되면 매매시장도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강남4구 입주 물량은 1만5542가구로 지난해(9750가구)에 비해 60%나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도 올해 보다 210여가구 많은 1만5732가구가 쏟아질 예정이다. 송파구 G공인 관계자는 “연말 95000가구에 달하는 헬리오시티의 입주가 쏟아질 예정이라 벌써부터 수천만원 내린 전세 매물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3월까지 잔금이 가능한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 큰 악재는 올 하반기에 예고돼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등 다주택자를 옥죄는 추가 대출 규제가 시행되는데다 금리 상승마저 현실화되면 집값 하락 압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여기에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을 포함한 부동산 전반에 걸친 과세 방안이 마련되면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도 매수를 망설이는 상황이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강남 주택시장은 잇단 규제로 주도주인 재건축 아파트값이 주춤하자 기존 랜드마크 단지들도 약세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며 “다만 올 하반기 보유세 인상이나 금리 상승 등 시장을 옥죌 변수의 강도가 예상보다 세지 않을 경우 숨고르기를 멈추고 재차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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