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 명과암]③'사잇돌 대출' 문턱 높긴 마찬가지

사잇돌대출 모델, 승인율 80% 수준…실제론 50%
대출 문턱 높아 당장 돈 필요한 서민 거절한다 지적
  • 등록 2016-08-19 오전 6:00:00

    수정 2016-08-19 오전 6:00:0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사회초년생 김모(24)씨는 지난달 보증금을 구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최근 시중은행에서 일제히 시작한 중금리 대출인 사잇돌대출을 받기 위해서다. 아직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신용도가 낮아 일반 신용대출은 받지 못했지만,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사잇돌대출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씨는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다른 금융사를 수소문하는 처지가 됐다. 은행에 사잇돌대출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지급을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용카드도 연체없이 사용하고 있어 사잇돌대출을 받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거절을 당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정부가 금융 소외계층의 지원을 위해 사잇돌대출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지만, 김씨처럼 사잇돌대출의 낮은 승인율로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 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SGI서울보증에 따르면 사잇돌대출 출시 후 열흘간 1만4903명이 신청해 6981명만이 심사를 통과했다. 승인율은 49.5%, 신청자 2명 중 1명은 사잇돌대출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로도 승인율은 50% 안팎을 오가고 있다.

당초 사잇돌대출 모델이 80% 가량의 승인율을 나타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미치는 수치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사잇돌대출은 은행이 시장원리에 따라 중·저신용자의 상환 능력을 전제로 대출한도와 금리를 산정하는 상품”이라며 “대출신청자의 소득과 소득대비 부채수준, 최근 연체여부 등에 따라 대출이 거절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그러나 “은행은 아직 사잇돌대출의 건전성에 대한 확신이 없어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제도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선 정부가 승인율 등에 대한 평가를 진행해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잇돌대출의 낮은 승인율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중금리대출 시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사잇돌대출이 출시될 당시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간편한 절차 등 장점으로 고객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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