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완 NH투자증권 재산신탁부장 이사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건설 경기가 장기 침체하면서 상생채권신탁을 찾는 건설사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상생채권신탁이 하도급 업체 부도 등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한 국내 건설 현장의 불안정성을 낮출 리스크 관리 제도라고 여기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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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설사들의 상생채권신탁에 대한 문의가 증가한 데엔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업 폐업 신고는 전년 동기 대비 6.3% 늘어난 998건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흐름 때문에 건설업 부문의 체불액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미 건설업 부문 체불액 규모는 지난해 국내 전체 임금 체불액의 24.4%를 차지하고 있다.
강 이사는 과거 건설사에 재직하며 수직적 하도급 구조인 건설 현장에서의 대금 지급 중단이 현장 자체를 멈추게 하는 사례를 여러 차례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21년 상생채권신탁을 마련했다. 처음 신탁 시스템을 출시한 직후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건설사들도 건설 경기 불황이 이어지자 이를 찾기 시작했다.
NH투자증권의 상생채권신탁은 하도급사가 도급사로부터 받을 하도급 대금 채권을 신탁사인 NH투자증권에 맡겨 하도급 대금이 공사 목적 외 사용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상생채권신탁을 도입한 현장에선 하도급사의 부도 시 사전에 협의한 사항에 따라 신탁사인 NH투자증권을 통해 근로자 등에게 임금 등을 직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금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면 근로자가 현장을 이탈하거나 자재·장비 수급이 중단돼 공사가 중지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강 이사는 “부도 등 특별한 상황이 아닌 평상시엔 기존대로 하도급사에 대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하도급사의 권리·업무방식 등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도 상생채권신탁의 장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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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이사는 “상생채권신탁은 공공·민간을 가리지 않고 공사 현장에서 사용 중인 다양한 대금 지급 시스템과 자유롭게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이 유사한 채권신탁과 차별화되는 점”이라며 “모든 현장에 간편한 절차를 거쳐 적용할 수 있는 뛰어난 범용성을 바탕으로 최근엔 부동산 신탁 회사들도 상생채권신탁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생채권신탁은 이 밖에도 자잿값, 인건비 등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정산 문제로 몸살을 앓는 건설 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신탁 특약을 통해 정산 감정 합의에 따라 하도급사가 정산 감정을 신청하면 평균 한 달 이내 감정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서다. 소송 시 감정에만 6개월~1년 이상 걸리는 과정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한편, 상생채권신탁의 신탁보수는 원도급사가 부담해야 하지만,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의 상생협력기금에 상생협력기금을 출연하는 방법으로 신탁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기금을 출연할 시 법인세 공제 등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강 이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 더 넓은 건설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