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예랑 ‘실내에서 나무와 새를 기르는 방법’(2024 사진=페이지룸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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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손길이 많이 간듯, 잘 다듬은 화초가 돋보이는 화분이 나란히 놓인 테이블. 슬쩍 보이는 창문이 아니어도 집밖이 아닌 집안의 공간처럼 보인다. 붉은 열매와 하얀꽃, 뾰족한 초록잎 분재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다. 그런데 단순히 정물화적 구상은 아닌가 보다. 슬쩍 들여다본 작품명이 ‘실내에서 나무와 새를 기르는 방법’(2024)이니까. 예쁘고 참한 전경을 옮겨다 놓은 그 이상의 의도가 숨어 있는 듯하단 얘기다.
작가 황예랑(31)은 ‘작은 존재’에 관심이 많다. 작가 자신의 시공간에 잠시 머무는 생물에 대한 애정인데. 꽃과 나무, 새와 나비 등 살아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일상의 사물에까지 생명력을 심어 화면으로 불러내는 거다. 때론 정밀한 묘사로 한눈에 들어오게, 때론 거친 묘사로 상상을 동원하게 하는 작업에 더 독특한 것은 ‘햐얀’이 가진 상징성을 뿌려두는 거다. 흰먹과 백묵을 재료로 즐겨쓰는 것 외에 순수·무결 등의 의미를 슬쩍 흘려둔단다.
역시 ‘하얀’천이 도드라진 작품에서, 그렇다면 작품명이 암시한 ‘새’는 과연 어디에 있나. 하얀천 아래, 흘려보지 않아야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철제 새장 그 안쪽이다. 좌우로 한 마리씩, 작은 발과 긴 꼬리로 존재를 알리고 있다.
4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페이지룸8서 여는 개인전 ‘숨을 참는 버릇’에서 볼 수 있다. 한국화 21점, 조각 3점 등 24점을 꺼내놨다. 한지에 먹·백묵·동양화물감. 72.7×90.9㎝. 페이지룸8 제공.
| 황예랑 ‘숨을 참는 버릇’(2024·19.5×25㎝), 한지에 먹·백묵·동양화물감(사진=페이지룸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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