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역대급 엔저가 이어지면서 엔화 반등을 기대하고 투자에 나선 ‘일학개미(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그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해온 일본 중앙은행이 최근 통화정책 정상화 단계를 밟고 있지만,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해 당분간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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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 들어(1월 1일~11월 13일)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헷지 상장지수펀드(ETF)’로, 약 3억6466만달러(4841억) 규모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종목은 엔화로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원화를 엔화로 바꿔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해당 종목을 통해 미국채 가격 상승(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과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환차익까지 볼 수 있다. 이 상품에 대한 순매수 규모는 국내 투자자들이 같은 기간 일본 증시에서 2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글로벌X재팬 반도체 ETF’보다 8배가 많을 정도로 투자가 집중됐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미 국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해당 종목은 올 들어 18.38% 하락했고, 같은 기간 원·엔 환율은 970원대에서 870원대까지 떨어지며 환손실까지 추가로 보게 됐다.
엔선물 ETF의 수익률도 부진한 상황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올 들어 원·엔 환율을 기초로 엔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일본엔선물’ ETF을 1076억원 가량 순매수했지만, 현재까지 수익률은 8.94% 하락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할 만큼 단기간에 엔화가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해 엔화 가치 추락이 이어지자 일본은행이 최근 정책 수정에 나섰지만 시장을 만족하게 할 만큼은 아닌 수준으로, 엔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금리 변동폭 상한 목표를 기존 0.5%에서 1%로 올리고, 1%를 어느 정도 초과해도 용인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장기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장기금리 목표치 상한을 기존 0.5%를 유지하면서, 이와 별도로 장기금리가 연 1.0%까지 오르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은 통화정책 정상화로 가는 단계에 있지만, 시장 예상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통화정책 흐름이 엔화 강세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당분간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