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의견 팽팽…헌재 '사형제 폐지' 전망에 무게[사형제 존폐]④

법학 전문가들, 사형제 존폐 의견 팽팽히 맞서
"유족 인권 위해 존치" vs "조건부 폐지 필요"
재판관 구성·사회변화 감안 '위헌' 전망 우세
  • 등록 2022-07-14 오전 6:00:00

    수정 2022-07-14 오전 6:00:00

왼쪽부터 노희범 에이치비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 홍승기 인하대 로스쿨 교수, 황도수 건국대 로스쿨 교수.
[이데일리 성주원 김윤정 기자] 법조계의 오랜 이슈인 사형제 존폐를 놓고 법학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다만 사회적인 분위기나 헌법재판관 구성 등을 종합해서 고려할 때 헌법재판소에서의 결론은 ‘사형제 위헌’ 쪽으로 나올 가능성이 좀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이데일리가 헌법연구관 출신 및 국내 주요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5명을 대상으로 사형제 존폐 관련 의견을 취합한 결과 ‘존치’와 ‘폐지’가 각각 2명이었다. 1명은 판단을 유보했다.

“유족 인권 위해 존치” vs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전제로 폐지 필요”

사형제를 존치해야 한다는 쪽은 범죄 예방력과 피해자 가족의 인권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형법 전문가인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집행은 하지 않더라도 사형이 선고되고 확정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어야 범죄 예방 및 억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사형선고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극단적인 경우 사형선고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제로 사건을 다뤄보면 느낌이 다르다”며 이상과 현실에 괴리가 있음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가해자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초토화되는 모습을 보고 나면 사형제 존치를 넘어 사형 집행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형제 폐지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제 도입’을 전제로 내세웠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에이치비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정책적인 사형제 존폐 문제와 사형제 자체의 위헌 여부는 다른 문제”라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제를 도입한다면 사형제를 계속 존치할 필요성은 없다”고 전했다.

헌법학 전공의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만약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헌재가 섣부르게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국민 정의 관념에 맞지 않고 특히 피해자 유족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형제 존폐 관련 헌재 결론 전망 및 전문가 의견 정리
사형제 폐지 전망 다소 우세…“재판관 구성 및 사회 분위기 변화”

법조계 전문가들의 소신과 달리 헌재 결론에 대한 전망은 ‘위헌’, 즉 사형제가 폐지될 가능성 쪽으로 다소 기울었다.

홍승기 교수는 “과거에 법조인들 여론조사하면 사형제 존치 의견이 많았지만 최근 학회들 이야기 들어보면 인권을 이유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사형집행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폐지 쪽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창현 교수도 “진보 성향을 가진 헌법재판관들로 헌재 구성이 바뀐데다가 간통죄도 5번째 판단에서 위헌 결정이 나는 등 사회적 분위기가 변했다”며 사형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본인의 소신과는 다르게 사형제가 폐지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차진아 교수와 헌법재판관 출신 황도수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헌재의 결론 예측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황도수 교수는 “재판관 개인의 인생관이 다르기 때문에 예측하기 곤란하다”며 “우리 헌법에 ‘사형’이라는 단어가 나오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굉장히 복잡다단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위헌 결정이 나오려면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 폐지 입장을 밝혔거나 ‘적극 검토’ 의견을 낸 재판관은 유남석 헌재 소장을 비롯해 이석태·이은애·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등 모두 5명이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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