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는 ‘부동산은 끝났다’는 명제에 포위된 까닭인지 모르지만 “부동산만은 자신 있다”며 부동산 투기(?)를 조심하라는 신호를 일찍부터 시장에 보냈다. 시장이 식을 줄 모르고 반대로 꿈틀거리자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듯이 세금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집값이 자꾸 오르면서 집 없는 설움은 절망에 이르는 병이 되고, 집이 있어도 안절부절 해야 하는 불안한 세상이 되었다. 높은 양도세와 보유세를 감안할 때 팔지도 못하고 보유하기도 어려워 뒤마려운 강아지처럼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마음만 허둥지둥할 수밖에 없었다. 유사 이래 어느 시대에도 백성들을 이기고 시장을 제압하는 사례가 없었다는 사실을 소환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소형 아파트에 사는 한 노인은 자식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절반을 공동보유하다가 1가구 2주택 종부세 폭격을 당했다. 생계 수단의 하나인 국민연금 일 년 수령액에 해당하는 거액의 종부세 납부를 위해 개인연금저축을 위약금 15%를 물어내고 해지했다. 열심히 그리고 가늘게 살았는데 늘그막에 들어서서 “하늘이 노랗다”는 것을 실감했다. 거시적으로 보면, 부동산 가격상승은 화폐가치 타락이 원인으로 자산인플레이션 현상이다. 제 집만이 아니라 남의 집값도 오르기 때문에 실질소득이 아닌 환상소득으로 일종의 화폐환상(money illusion)이다. 현재와 미래의 재정적자, 유동성 팽창이 멈추지 않는 한 일시적 부침은 몰라도 추세 반전을 조기에 기대하기 어렵다.
풀빵 굽는 일이 아닌 중장기과제는 현실세계와 이상세계를 조화시켜서 가계와 기업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여 시장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인간의 생존본능이 스며들어 움직이는 시장을 무시하면 반드시 시행착오가 기다린다. 자칭 엘리트들이 거짓신념에 빠져들어 뭣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는 편향심리로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못한다. 대내외 위험과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무자비하게 내려친 종부세는 20년간 장기집권으로 세상을 맘대로 재단하겠다는 오만에다 입법만능주의가 더해져 빚어진 공권력남용 사례가 아닐까? 그 과정과 폐해를 심층 분석하여 새로운 정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