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가 미투 운동의 피난처 되려는가

  • 등록 2018-03-12 오전 6:00:00

    수정 2018-03-12 오전 6:00:00

마침내 여의도까지 ‘미투’ 운동의 불길이 번졌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민 의원은 “노래주점에서 성추행 당했다”는 어느 여성 사업가의 폭로가 제기되자 사실관계를 부인하면서도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기에 이르렀다. 현역 의원이 미투와 관련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터질 게 터졌을 뿐이다. 국회 직원·보좌진의 페이스북 대화방에는 의원실 소속 여성 인턴과 비서들이 국회의원이나 남성 보좌관으로부터 성희롱 및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민 의원 사건이 국회 내 미투 운동에 어떻게 작용할지 유심히 지켜보고자 한다.

미투 운동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이뤄 문화·예술계와 대학가, 종교계 등을 휩쓸고 있다. 곪을 대로 곪은 우리 사회의 그릇된 권력형 성폭력 관행을 뿌리 뽑자는 것이 그 기본 취지다. 그 과정에서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사직 사퇴에 이어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였고, 배우 조민기 씨는 안타깝게도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들과 관련한 소문도 이어진다. 앞으로도 쉽게 끝날 움직임이 아니다.

민 의원의 의원직 사퇴에 대해 정치권에서 감싸고도는 듯한 얘기들이 나오는 데 대해 주목하는 것이 그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사실관계 규명이 먼저라며 사퇴 철회를 요청했고, 정세균 국회의장도 교섭단체 논의가 관례라며 즉각 수리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폭로된 내용으로 미뤄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인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본인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며 사퇴 의사를 표명한 마당에 주변에서 어물쩍 넘기려는 모습은 온당치 않다. 민 의원이 정치권의 이런 온정적인 분위기까지 감안해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지는 않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미투 운동을 당파적 기준이나 정치적 유불리로 재단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의원들이 서로 비슷한 입장에 놓일 것을 우려해 미리 방패막이 선례를 만들려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국회가 미투 운동의 은둔처가 된다면 우리 사회의 성추문 관행은 쉽게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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