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화려한 中경제의 짙어진 그림자

  • 등록 2013-08-14 오전 6:02:01

    수정 2013-08-14 오전 6:02:01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결혼은 하고 싶은데 돈은 없고. 일자리는 갈수록 구하기 힘들고...”

지난주 중국 허난성(河南省)의 중심도시 정저우(鄭州)에서 만난 중국 대학생 H씨의 고민은 여느 한국 학생과 다르지 않았다. 그의 눈빛에서는 절박함이 묻어나왔다.

H씨는 허난성에서 꽤 유명한 대학교를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갈만한 기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로 나가야만 제대로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당장 돈이 없으니 경제적 부담이 큰 결혼은 일단 보류다.

정저우 시내 대학 졸업반인 L씨의 계획은 보다 구체적이다. L씨는 그곳으로 유학온 한국인 여학생과 올 가을 결혼할 계획이다. 신혼집은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차릴 예정이다. 신혼집을 차리고 살림을 꾸릴만한 일자리를 고향에서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신부 쪽에서는 정체된 한국보다 고속 성장하는 중국에서 살기를 원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L씨는 이달 안에 한국에 들어와 공장에 취업할 생각이다. 결혼은 집에서 마련해준 돈과 한국에서 벌 얼마간의 돈으로 할 예정이다.

중국은 짧은 시간 안에 분명 발전했다. 중국인들의 삶의 수준도 올라갔다. 그러나 일부 지방 중소도시나 농촌 사람들이 느끼는 절박함과 상대적 박탈감은 깊게 베어 있었다. 세계경제를 이끄는 경제대국의 국민이라는 자부심이 있지만 도시와 농촌,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격차 앞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베이징대학 연구진이 이달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상위 5%와 하위 5%간 수입 격차는 242배에 달했다. 2010년 82배에서 3배 확대된 것이다. 농촌 인구의 평균 임금이 도시민 소득의 60%가 안된다는 통계도 있다.

연구진은 경제·사회 구조 개혁이 늦어져 이대로 격차가 계속되면 예상치 못한 소요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외형적 성장에만 힘 쓰다 내부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빈부 격차와 도·농간 기회 불균형은 중국 경제 발전의 그림자다. 중국 정부의 오래된 숙제이기도 하다. 화려한 경제 성장에 가려져 이 오래된 숙제를 간과한 것은 아닌지 중국 정부의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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