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한 ETF 중 11개 중 한 개꼴로 상장 폐지 위험군임에도 상품이 제때 퇴출하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한 탓이다.
금융당국이 급격하게 커진 ETF 시장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변경 상장 기준을 완화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해만 100개 넘게 신규 상장…상폐 위험군도 증가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157조 52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120조 3777억원)보다 30.85% 증가한 규모다. 상장 종목 수는 이달 5거래일 동안에도 2개의 상품이 출시되면서 882개(6일 기준)에 이르렀다. 올 들어 3일에 한 개 꼴로 새로운 ETF가 상장한 셈이다. 새로운 상품이 쏟아지면서 ETF 종목 수는 코스피 상장사 수(845개사)도 넘어섰다.
다만 시장이 단기간 내에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부작용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규모가 작고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 ETF가 쌓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시장에 순자산총액이 50억원이 되지 않는 ETF는 77개에 달한다. 작년 말(43개) 대비 79.1% 늘었다. 상장한 지 1년이 지나고 신탁원본액이 50억원 미만이면서 순자산총액이 50억원이 되지 않는 ETF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다음 반기 말까지 이 상태가 지속하면 해당 ETF는 상장 폐지된다. 순자산총액이 50억원이 되지 않으면서 3개월 평균 거래량이 1000주도 되지 않는 ‘좀비 ETF’도 33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ETF는 상장 폐지가 되더라도 순자산가치에서 세금과 보수를 차감한 해지 상환금을 돌려받을 순 있다. 다만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해당 ETF가 폐지됐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잃게 된다. 거래량이 적은 ETF의 경우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괴리율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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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규정상 이미 상장한 ETF는 △주된 종목 선정 방식과 투자 전략 유지 △기초자산 분류와 섹터 등 투자 전략 유형 유지 △주된 투자 비중 결정 방식 유지 등 세부 요건을 지켜야 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변경 상장 기준 완화에 대한 업계의 목소리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좀비 ETF를 줄일 방안 등을 포함해 급격하게 커진 ETF 시장에 맞춰 제도를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 ETF 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최근엔 특정 운용사 ETF에 금융 계열사가 자금을 몰아주는 ‘계열사 밀어주기’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금감원이 이같은 의혹에 대해 자산운용사와 연계된 은행과 증권, 보험사 등 금융권 전반을 조사하는 한편, 이밖의 시장 전반의 개선 사항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만큼 투자자, 운용사, 유동성공급자(LP) 등 각각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전체적으로 어떤 개선이 필요한 지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내부 검토 이후 거래소, 금융위와 협의를 통해 개선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