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오는 8일 새 서울시장의 출근을 앞두고 서울시청 직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사망 이후 9개월 만에 권한대행 체제가 마감되면서 시정 운영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특히 10년 만에 새 시장을 맞는 만큼 인사와 조직문화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내부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 서울시청 6층 시장실 입구가 굳게 닫혀 있다. 서울시는 4·7 보궐선거 이틀전인 5일 안내데스크를 복원했다. 시장실 앞 안내데스크는 작년 7월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체제 출범 이후 행정부시장실·정무부시장실특보 등의 출입구로 옮겨 방문객을 관리해왔다.(사진=양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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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4·7 보궐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울시 내부는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불과 1~2주 전까지는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일 때마다 여론조사 결과를 소재로 이야기를 나눴으나 선거일이 가까워질 수록 새 시장에 대한 대화를 최대한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공직선거법상 정치 중립 의무에 따라 대외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고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입을 닫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는 게 내부 전언이다.
서울시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특정 후보를 홍보하고, 반대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은 직원 사례가 있는 데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를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려 온·오프라인에서 극도로 말을 아끼고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새 시장 부임 후 인사와 조직문화 전반에 몰고 올 변화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경우 지난 2007년 서울시장 재임 당시 ‘현장시정추진단’을 추진하면서 재도입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장시정추진단은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을 퇴출시키겠다는 명분으로 각 실·국·본부별로 하위 3% 명단을 강제로 제출하게 한 후 이 중 100여명을 추려 재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시행 4년 만인 2010년 폐지됐다. 직원역량 강화와는 거리가 먼 담배꽁초 줍기, 풀 뽑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대상자들이 심한 모멸감을 느꼈고 일부 직원들은 사표를 내는 등 내부진통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이 프로그램에 대한 직원 반발이 워낙 거셌던 터라 서울시공무원노조는 최근 여야 후보 선거캠프에 10개 공통질문을 담은 정책질의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 후보에게 관련 질의를 추가했다. 이에 오 후보 측은 “현장시정추진단과 같거나 유사한 정책은 일절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으나 일부 직원들은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인사 관련 동향에도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있다. 신임 시장의 임기는 1년 2개월에 불과해 업무를 파악하고 공약을 제대로 시행할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 때문에 오 후보가 당선되면 1급 이상 고위직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지고, 이들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올드보이(OB)들의 귀환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현재 1급 이상 간부들은 오 전 시장 재임 시절 3~4년차 과장급이었던 만큼 당시 1급 이상 OB들이 부시장이나정무직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면서 “다만 이번 임기가 비교적 짧은 만큼 일괄 사표를 제출받더라도 교체는 선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전 시장의 중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부서 직원들 역시 좌불안석이다. 최악의 경우 사업 추진 동력을 상실하게 되거나 전임 시장 사람이라는 꼬리표로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의회·자치구와 원만한 관계를 이어갈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시의원 109명 중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이 같은 당 소속 구청장이다. 신임 시장이 재임을 염두에 두고 서둘러 공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시의회, 자치구와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