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국민이 든 촛불의 방향이 맞다

김현성 인플루언서산업협회장·상지대 외래교수
  • 등록 2019-08-06 오전 5:00:00

    수정 2019-08-06 오전 5:00:00

‘어처구니’는 맷돌을 돌릴 때 쓰는 손잡이다. ‘어처구니’가 없으면 맷돌을 돌릴 수 없고 맷돌은 무용지물이 된다. 그래서 ‘없다’와 함께 쓰여, 뜻밖이거나 한심해서 기가 막힘을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한·일 관계가 어처구니없게 돌아가고 있다. 시작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타깃으로 한 수출 규제 조치였다. 여기에 더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를 각의에 통과시켜 2차 경제적 도발을 실행했다.

‘다시는 일본에지지 않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를 통해 전한 대국민 메시지 중 가장 많은 국민들에게 이야기되는 내용이다. 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결연함을 국민들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일관계는 아무리 어려워도 문화, 외교적 문제를 경제 문제와 연계하지 않았다. 주권국가의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 결정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을 문제 삼아 경제로 보복 조치를 한 것은 백번을 양보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한·일간 대원칙이 흔들리니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파기해야 한다, 방사능 올림픽이 될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NOlympic(NO+Olympic)’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밀려들고 있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가 가장 무섭다는 말이 있다. 칼을 빼든 일본의 상황이 과거 같지 않다는 것을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일본경제는 회복불능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고, 우리나라와의 격차 또한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1인당 국내 총생산(GDP)은 80% 수준까지 따라잡았으며, 반도체 비중이 높다고는 하지만 소재산업에서는 이미 일본을 앞질렀다. 이번 경제보복조치가 안팎으로 어려운 아베 내각이 내부적 어려움을 외부로 돌리면서 미·중간 외교적 협상력을 높일 모멘텀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치졸하다.

“눈부신 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그리고 또다시 타오르려 한다. 동지들이 남긴 불씨로. 잘 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대사 중)

너무 비장할 수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작년에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떠오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넷플릭스를 통해서 전 세계에 방영되어 일본의 만행을 세계에 알린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우리는 보았다. 풍전등화 같은 국난의 상황에서 나라를 지킨 사람들이 누구인지, 이름도 없이 아무개로 누군가의 노비로 살아온 그들에게 서러움만 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의병으로 싸운 사람들이 누구인지 말이다. 누군가가 생명을 걸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했던 나라를, 나라로부터 가장 많은 것을 받은 관료나 기득권 세력들이 너무 쉽게 내어주려 한 것을 봤다. 빼앗길지언정 내어주지는 말자는 교훈을 다시금 마음에 새겼다.

‘독립운동은 하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소셜미디어 댓글과 프로필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글이다. 공교롭게도 100년 전 3.1 독립운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임시정부가 만들어졌다. 100년이 지난 지금 국민들은 다시 불꽃이 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몫만큼 경제독립을 외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생존을 걸고 싸우고 있다. 그럼에도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친일 프레임 운운하며 대통령과 정부의 대응에 사사건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그럴 때 마다 국민들은 내년 총선은 ‘한·일전’이라며 경고성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정당 지지율도 하락세이다. 정부여당인 민주당의 민주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불거진 한일 갈등이 내년 총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민들은 일본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데 여야 정당들은 소모적 정쟁만 하고 있다. 국민만 못하다. 정쟁에서 지더라도 경제전쟁은 이기겠다는 각오로 국민과 같은 곳으로 걸어가야 한다. 늦게라도 여야가 국회를 열고 추경을 통과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

봄을 이기는 겨울이 없듯이 국민을 이기는 정치는 있을 수 없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각자의 방법으로 격변하는 조선을 지나는 중이었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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