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KISA 덕분에 ‘암호화폐 피싱사이트’ 지운 구글

  • 등록 2019-08-01 오전 4:19:52

    수정 2019-08-01 오전 4:19:5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마지막에 피싱 사이트가 등장한 게 2주 전이라고 하네요. 구글에 연락하면 이전보다 처리가 빨라졌다고 해요.”

최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관계자는 이데일리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업비트는 그간 구글에서 검색하면 자사 이름을 도용한 피싱 사이트(가짜 사이트)들이 범람해 골머리를 앓았다. 업비트의 주소는 upbit인데 이를 up-bit, up_bit 등 교묘하게 속인 가짜 사이트들이 구글 검색에 노출돼 인터넷주소(URL)를 외우지 않는 이용자들이 무심코 가짜 사이트로 접속하면 해커가 개인정보를 탈취해 진짜 거래소(upbit)에서 암호화폐를 출금하는 피해가 잇따랐던 것이다. 코인원 등 다른 거래소들도 마찬가지였다.

업비트와 코인원 등은 피싱 사이트를 발견할 때마다 구글에 검색 차단을 요청하고 ‘피싱 사이트 접속 주의안내’ 게시물을 띄웠지만, 구글 광고는 사후 신고받았을 때 삭제하는 절차여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7월 7일, 구글 검색창에서 ‘업비트’를 검색했을 때 화면. 광고 상품으로 맨 위에 구글 검색 결과로 보이는 ‘Up-b.it’, ‘업.비트’는 진짜 암호화폐 거래소가 아니다.
▲7월 30일 구글에서 업비트를 검색했을 때 화면. 가짜 피싱 사이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 문제를 이데일리가 보도하고 KISA가 구글과 협의에 나서면서 현재 구글 검색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피싱 사이트는 사라진 상태다. KISA 이상헌 침해대응 단장은 “구글과 만나 피싱 사이트 삭제에 대해 강력하게 이야기했고 구글이 (보도 이후) 주말에 인력을 동원해 사이트를 삭제했다”고 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도 “해당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된 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KISA 소관이 아니다. 거래소들의 법적 지위 부여 여부나 투자자 보호는 금융위원회 담당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ISA는 이 문제를 부가통신사업자인 구글의 검색 광고로인한 개인정보 침해 우려로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구글 검색에서 가짜 암호화폐 거래소가 사라지는 성과를 낳았다. 국민입장에서 정부는 하나이듯, 적극 행정을 통해 이용자 보호에 선제로 나선 것으로 박수받을 일이다.

다만 여론의 감시가 허술해지면 언제 다시 구글 검색에서 가짜 암호화폐 거래소가 등장할지 모른다. 구글이 검색 광고 정책을 국내 포털들(네이버·다음)처럼 바꾼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구글과 달리 지난 1월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가상통화 투기근절 특별대책’을 준용해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확인 암호화폐 거래소에 한해 검색 광고를 판매하고 있다.

(이동훈 기자)
이상헌 단장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광고 정책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구글 코리아가 아닌 구글 본사가 관할한다”며 “구글코리아 측에 국내 제도를 따르도록 설득하고 있고, 변화된 상황은 알려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과연 구글 본사가 한국인 보호를 위해 국내 제도를 따를까. 한국미디어경영학회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구글의 한국 매출은 5조 가까이 된다. 이런 매출을 올리는 회사라면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구글은 피싱 사이트만 삭제할 것이 아니라 검색 광고 정책 변경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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