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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품종의 감귤은 미하야와 아스미 뿐만 아니다. 50년의 역사를 지닌 ‘온주감귤’은 물론 1990년대 이후 인기를 끈 ‘한라봉’ 등도 일본에서 들여와 이름만 바꾼 품종들이다. 그동안 일본이 품종보호권을 주장하지 않았지만 최근 권리를 내세우면서 겨울철 국민 과일 ‘감귤’을 로열티를 내지 않으면 먹을 수 없게 됐다. 제주산 감귤의 94%가 일본 품종이어서 ‘우리 품종’ 연구·개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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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종자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하면서 ‘종자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자료를 보면 기후변화와 식량 생산성 향상에 대한 요구 등으로 세계 종자시장 규모는 지난 2005년 247억 달러(27조5652억원)에서 2016년 370억달러(41조2920억원)로 10년간 1.5배 성장했다.
규모는 성장했지만 우수 종자를 보유한 국가나 기업은 독점 및 과점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프랑스, 브라질, 인도 등 상위 5개국이 세계 종자시장의 6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바이엘(몬산토 인수), 듀퐁, 신젠타 사(社) 등 10대 다국적 기업이 세계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자를 보유한 국가와 기업은 상대국가 측에 로열티를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생산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에 따른 것인데 우리나라는 2002년 가입했다. UPOV는 식물 신품종 육성자의 권리보호를 국제적으로 보호해주기 위한 국제연맹으로 규약을 어기면 ‘품종보호권 침해죄’로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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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국내 종자 개발 환경에서도 종자 독립에 성공한 사례는 있다. 딸기가 그렇다. 일본산 품종이 한 때 90%가 넘었지만 종자 개발 끝에 10년 만에 점유율 역전의 쾌거를 이뤄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 딸기 품종의 90%가 일본산이었다. ‘레드펄’과 ‘아키히메’라는 일본 품종이 전국 재배 면적의 90%를 차지했다. 이후 2002년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에 가입하면서 딸기도 종자에 대한 로열티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금액만 해도 연간 최대 64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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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종자독립을 위해 정부는 품종관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1차 종자산업 육성 5개년 계획(2013년~2017년), 제2차 종자산업 육성 5개년 계획(2018년~2022년), 골든시드(Golden Seed) 프로젝트(2012년~2021년) 등이다.
이 중 골든시드 프로젝트는 10년간 총 사업비로만 4911억원이 들어가는 거대 프로젝트이지만 이는 세계 1위 종자기업 바이엘이 연간 농업분야 연구개발비로 6년간 9조원을 쓰는 것과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골든시드 프로젝트에서는 수입종자를 대체하기 위한 품목으로 양배추·양파·토마토·버섯·감귤 등을, 수출시장 개척용 종자를 개발할 10개 품목으로 고추·배추·무·감자 등을 선정해 연구, 개발을 한창 진행 중이다.
성과도 나왔다. 수입 종자가 80%를 차지하던 양파는 이번 프로젝트로 국내 자급률을 50%까지 끌어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국산 품종 점유율이 30% 남짓하던 토마토 소과종은 2016년 기준 80%까지 점유율을 끌어 올렸다. 수출길에 오른 종자도 탄생했다. 고운, 새봉 등의 감자 품종은 베트남으로, 미타스 옥수수 품종은 인도로 수출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종자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보통 20년이 걸린다”며 “일부 품종의 종자 독립을 넘어 종자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장기적인 대책과 안목을 갖고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연구·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