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매물 품귀 현상이 여전한 가운데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 H공인 대표는 “매수세가 뚝 끊겼다”며 “매도 호가(집주인이 팔려고 부르는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매수자들이 관망 모드에 들어가면서 거래가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거래시장 빙하기… 작년 8·2 대책 때보다 침체 골 깊어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10월 셋째주 9.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 넷째주(9.2) 이후 5개월만에 최저치다. 강북(8.1)과 강남(11.2) 모두 작년 8·2 대책 발표 직후, 그리고 올해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직후 거래가 얼어붙었던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 중에서도 9·13 대책 이후 매매거래지수 낙폭이 가장 컸다. 매매거래지수는 0~200 범위로 표시되며 100을 넘으면 거래가 활발하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수록 거래가 한산하다는 의미다.
10월 들어 매수 희망자를 찾는 게 더 어려워졌다. KB부동산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 15일 기준 85.1로 2주 연속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매수우위지수가 100 미만인 것은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등록 임대주택 증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으로 서울에서 거래 가능한 매물이 구조적으로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같은 결과가 나온 건 8~9월 단기 가격 급등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상승 가능성 등 영향으로 매수 대기자들의 의지가 상당수 꺾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2 대책이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보다 9·13 대책 이후 매수-매도 역전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선 집값 하락하기도… 시장 전망 놓고 전문가의견 갈려
시장에서는 아파트값이 9·13 대책 이전보다 수천만원가량 떨어져 거래된 사례가 하나둘 포착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초구 서초동 현대슈퍼빌 전용 153.93㎡가 10월 들어 15억9000만원(3층)과 15억5000만원(18층)에 거래됐다. 이는 대책 발표 직전인 9월 초 16억6000만원(16층), 8월 중순 16억5000만원(9층)보다 6000만~1억1000만원 떨어진 금액이다.
작년 8·2 대책 이후 시장 흐름과 비교하면 9·13 대책이 상당 기간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작년 8·2 대책 이후 8월 첫째주부터 약세로 전환해 5주 연속 떨어진 뒤 6주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이후 2개월간 강보합을 유지하다 11월부터 상승세를 탔다. 올해 9·13 대책 이후에는 이미 6주째 서울 집값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는데다 대출 규제가 강력해졌고, 작년보다 경제성장률 전망이 낮아지고 투자나 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도 악화하는 등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반등 시점을 점치기 쉽지 않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지난 8·2 대책의 약발이 일시적인 조정에 그친 것과 달리 9·13 대책 이후의 시장 흐름은 좀 더 지속력을 가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서울·수도권 아파트시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관망세와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지다가 내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등록 임대주택 증가 등의 여파로 매물이 쏟아지기 어려운 구조여서 서울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주인들은 양도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매도에 나서지 않고 있고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단기 급등한 집값에 부담을 느껴 분양시장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향후 종부세 인상 등 부동산 관련 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등이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매물 품귀 현상 등으로 가격 약세 장세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