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세금으로 수천억 챙겨도 환수 규정 없어
KT&G는 세금으로 대규모 이익을 보기는 했지만 불법을 저지르진 않았다. 이 같은 경우에 세금을 국고로 환수하거나 기업의 책임을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KT&G의 ‘선의’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KT&G 측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재고를 축적한 것도 아니고 재고차익을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며 “자발적으로 사회공헌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KT&G가 그동안 기업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서 사회공헌 활동에 매년 500억~600억원의 투자를 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세금으로 벌어들인 ‘불로수익’ 중 추가로 투입되는 돈은 1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2200억원 가량의 세금은 그대로 챙기겠다는 공산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재고라고 해도 담뱃세 인상 전에 반출 신고를 하면서 세금을 내고 실제로는 인상 후 가격에 판매되는 상황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1년도 5월에 경유세를 올리는 과정에서도 3500억원 규모의 경우세 인상분이 3개 정유사 등으로 들어가면서 관련 대책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특히 담뱃세 인상 때는 개별소비세가 신설(594원)되는 등 세금이 2배 이상 오르면서 대규모 차익이 기업에 돌아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과거 재고차익 환수하는 규정 둔 적도…감사원 “제도 미비 관련 추가 조사 중”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입법 등으로 담뱃세 인상차익을 국고에 귀속시킨 사례도 있다. 미국은 지난 2009년 담배에 대한 소비세를 인상하면서 담뱃세 인상차액을 4개월 내에 신고·납부하도록 했고, 일본은 담뱃세를 올릴 때마다 관련 법률 부칙에 담뱃세 인상 전 일정수량 이상의 담배 재고를 보유한 자에게 인상차액을 신고·납부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1989년 판매 시점에 과세하던 담배판매세를 제조장 반출 시점에 과세하는 현행 담배소비세로 전환하면서 법령 부칙에 경과규정을 두어 담뱃세 인상차익을 국고에 귀속시킨 바 있다. 1979년 휘발유 특별소비세율을 인상할 때에는 부칙에 관련 규정을 둬 재고차익을 환수하기도 했다.
다만 재고차익이 본질적으로 세금이고,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따른 이익이 아닌만큼, 일본의 사례나 1979년 휘발유 특소세 인상 때와 같이 관련 부칙을 둘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원측 지적이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기재부 등에 재고차익 환수 규정을 마련하도록 권고를 했으며, 이와 별도로 기재부 등이 관련 부칙을 두지 않은 과정에서 불편부당한 일이 없었는지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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