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에 따르면 시공사가 조합원들에게 추가분담금을 내지 않으면 집 열쇠를 줄 수 없다고 해 입주 기간인데도 집들이를 못하고 있다. 시공사가 요구하는 추가분담금은 총 210억원. 조합원 1인당 평균 7400만원 꼴이다. 심지어 1억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조합원도 있단다. 조합원 이모씨는 “갑자기 7000만원이 넘는 큰 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냐”며 “당장 갈 데가 없어 이삿짐은 창고에 보관해 놓고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져 친척집을 전전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추가분담금의 덫에 빠졌다. 최근 들어 추가분담금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조합과 조합원 간 갈등을 빚는 단지가 늘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에다 향후 부동산 경기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그동안 잠복해 있던 추가분담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2010년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조합원에게 164%의 무상지분율을 제시해 시공권을 따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조합원에게 최고 32%포인트 낮은 132~158%로 통보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무상지분율이 낮아지면 조합원이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집 크기가 줄어 들기 때문에 분담금이 늘어나게 된다. 이 사업지의 경우 무상지분율이 164%일 때는 전용면적 52㎡형 소유자가 재건축 후 전용 84㎡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약 5823만원을 내면 되지만, 무상지분율이 132%로 내려가면 1억 68만원으로 부담금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에 불만을 품은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 집행부 해임과 시공사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가 조합원들에게 사전 동의 없이 사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금 이 조건으로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길11구역에서 대규모 추가분담금이 발생한 것 역시 시장 상황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면서 크게 불어난 추가분담금 문제가 시장이 침체한 입주 시기에 불거지면서 시공사와 조합원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분양가 마구 올릴 수도 없고”…조합 고민 깊어져
갈등을 해소할 가장 좋은 방법은 일반분양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시장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아서다.
GS건설이 과천주공6단지 조합 측에 제시한 안을 보면 재건축아파트의 일반분양가를 3.3㎡당 2710만원 이상으로 정하면 조합원 무상지분율을 147%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일반분양가를 2560만원으로 낮추면 무상지분율은 140%, 2410만원으로 낮출 경우 132%로 낮아지게 된다. 일반분양가에 따라 조합원 부담이 달라지게 된다는 얘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조합의 불합리한 운영 방식과 비용 관리, 내부 갈등 등으로 사업 추진이 늦어지면서 비용이 크게 불어난 단지가 적지 않다”며 “갈등이 확산되면 재산상의 손실은 물론 입주 지연 등 사회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만큼 공적 영역의 적절한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무상지분율이란 재건축·재개발 단지 조합원이 아파트를 새로 지은 후 추가 비용 없이 넓혀 갈 수 있는 면적 비율을 말한다. 가령 무상지분율이 200%라면 대지지분이 66㎡(옛 20평)인 조합원이 재건축·재개발 이후 132㎡(40평) 아파트를 추가부담 없이 소유할 수 있다.